‘다이어트 시작은 내일부터’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미루기 쉽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다이어트를 해야지 해야지 하고는 제대로 시작조차 못하는 경우도 많다.
어렵게 시작한다 해도 작심삼일로 끝나기 일쑤다.
이쯤 되면 다이어트는 인류의 영원한 숙제가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든다.
다이어트 성공을 좌우하는 건 자기통제다.
먹고 싶은 음식을 참고 식단관리와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말이 쉽지 굉장한 절제력을 요하는 일이다.
그래서 시작하는 사람은 많아도 성공하는 사람은 매우 일부다.
무언가를 의식적으로 참고 조절하는 건 힘들고 귀찮은 일이다.
그래서 인간의 본성에 따라 우리는 편한 방식 즉, 현상태를 유지하는 쪽으로 기운다.
바쁠 때가
유혹에 약해질 때
가뜩이나 어려운 자기통제가 더 힘들어지는 때가 있다. 바로 머리가 일을 하고 있을 때다.
여러 심리 연구에서는 머리를 쓰는 일과 유혹이 동시에 주어지면 유혹에 굴복하기 쉽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한 실험에서는 일곱 자릿수 여러 개를 1~2분 동안 기억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암기하는 동안 디저트로 ‘건강에 좋은 샐러드’와 ‘달달한 초콜릿 케이크’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실험 결과 숫자를 암기해야 했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초콜릿 케이크를 고를 확률이 높았다.
뇌가 바쁠 때를 다이어트 시작일로 잡아서는 안된다.
두뇌가 열심히 일하고 있을 때 연속적으로 다른 일이 주어지면 통제력을 발휘할 의지나 능력이 떨어진다.
이를 자아 고갈(ego depletion)이라고 한다.
다이어트도 마찬가지다.
머리가 꽉 차 있을 때 식욕을 절제하고 운동을 가기란 평소보다 더 어렵다. 자아가 이미 고갈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피곤한 뇌는 당이 필요하다.
정신적 에너지를 사용해야 할 일이 많을 때 포도당을 섭취하는 게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가석방 신청서를 검토 중인 심사원들의 가석방 승인 비율은 식사 후가 65%로 가장 높았다.
반대로 식사 직전, 가장 배고플 때의 승인율은 거의 제로다.
가석방 심사는 ‘거부’가 기본이기 때문에 이를 뒤엎는 결정인 ‘승인’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 결정을 유지하는 것보다 에너지가 더 소모되는 것으로 보인다.
실패하기 쉬운 날이 있다.
흔히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단 게 땡긴다’는 말을 자주 한다.
여러 연구 결과들을 보면 이 말이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단 게 땡긴다는 건 활발한 두뇌활동을 위한 에너지를 내놓으라는 몸의 신호일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사실이 매번 다이어트를 미루는 좋은 핑계가 되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적어도 시작일을 정할 때에는 고려해 볼 만하다.
사실 그 무엇보다 다이어트가 최우선 순위이고 이미 굳은 각오가 되어있다면 어떤 상황이든 극복하고 성공할 수 있다.
실제로 강력한 동기가 있는 경우 자아 고갈 현상도 극복가능하다. 아주 강력한 동기가 있는 경우 말이다.
하지만 동기부여의 문제이든 개인의 의지력 문제이든 매번 실패의 길을 걷고 있다면
굳이 실패하기 쉬운 날을 정해 시작할 필요가 있을까?
특히 지금 정신적으로 고도의 집중이 필요한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면 다이어트를 할 때가 아니라 당분을 더 채워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