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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새인 Oct 06. 2021

나는 생각보다 별로일 수 있다: 비현실적 낙관론에 대해

나는 나를 객관적으로 보고 있을까?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듯 나에게 가까운 사람은 더 좋게 보고 더 이해해주려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나와 '가까운'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이 말이 적용되지 않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까? 

어떤 사람들은 의식적으로 자신을 객관적으로 파악해보려 노력하기도 한다. 그러한 시도는 좋지만 그렇다고 해도 과연 얼마나 객관적으로 자신을 파악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자기 자신을 실제보다 과하게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좋게는 '자기애가 강하다'고도 말하고, 비웃음을 섞어 '자뻑이 심하다', 혹은 '근자감이 넘친다.' 등등의 말로도 이야기 한다.






근데 잘 생각해보면 그렇게 말하는 당사자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평가하고 있을까? 

누군가는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를 말로 하고, 누군가는 속으로 생각하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현실적 낙관론


긍정적 영역에 대해서 자신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는 것을 사회심리학자들은 비현실적 낙관론이라고 말한다. 실제 현실과 차이가 있기 때문에 비현실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여러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특성에 있어서는 자신을 평균 이상으로 평가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운전자들은 자신을 다른 사람들보다 운전기술이 좋다고 생각하며(심지어 사고를 냈던 사람조차도), 

대학생들은 자신의 수명을 평균수명보다 10년 더 잡고 있으며, 기업가들은 자신이 다른 기업가들보다 윤리의식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Svenson,1981/ Larwood, 1987/ Brenner&Molander,1977) 







이런 비현실적 낙관론에 따르면 긍정적인 다양한 영역에 자신에 대한 '비현실적' 판단이 따라온다는 것인데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우울해지기도 한다. 

그동안 나의 강점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영역이 사실은 평균이상일지는 모르나 '최상'은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비현실적 낙관론이 꼭 나쁜것만은 아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들의 경우 정상적인 사람들보다 자기평가를 객관적으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Lewinsohn et al., 1980: Seligman, 1990). 결국 정상적이기 때문에 비현실적으로 자신을 좋은 쪽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이러한 경향때문에 우리는 넘치는 자신감으로 더 높은 곳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비현실적 낙관론이 미치는 현실적 영향


하지만 비현실적 낙관론의 좋은면에만 초점을 맞추는건 주의하자. 

비관주의보다는 삶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면도 많지만 자칫 자신을 과대평가함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본인의 성장을 막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특정한 능력을 과하게 평가한다면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막아버릴 수도 있다. 우리가 아직 미성숙한 아이들에게 조언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 것처럼 자신이 더 성숙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타인의 말을 진심으로 듣지 않게 된다. 

타인 뿐만 아니라 본인 자신의 성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자신이 이미 너무나 출중하기 때문에 그 영역에 노력을 게을리할 수도 있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설정에 있어서도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만큼 난 괜찮은 사람일까?



어느정도의 낙관주의는 자긍심을 높여주기도 하며, 자신감있게 도전하고 성취하게 만들어주는 바탕이 되기도 하지만, 가끔은 '내가 정말 내가 생각하는 만큼 괜찮을까?'라는 생각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매번 내가 별로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라는 건 아니다. 오히려 지나친 객관성 추구는 자존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자신감이 충만해진 어느 시점에 한번 해보면 좋겠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나, 즉 남들 보다 뛰어나 보이는 나의 어떠한 면은 타인들도 동일하게 평가하고 있을까? 많은 사람이 자신을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한다면 나 또한 그런 낙관주의적 착각을 하고 있는건 아닐까?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열망이 더 차오를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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