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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새인 Dec 09. 2021

암만 봐도 내 인생이 더 불리한 이유


나에게만 가혹한 이 세상



내가 선택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내 인생은 참 나에게 불리하게 설계되어 있는 것 같다.

누군가는 태어났더니 아빠가 빌 게이츠고,

누군가는 영재로 태어나 9살에 최연소 대학 졸업을 하고,

누군가는 타고난 가창력으로 어린 시절부터 유명세를 탄다.

날 때부터 행운을 안고 태어난 것 같은 그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너무나 평범하게 태어나 평범하게 교육을 받고 자라 남들처럼 취업난에 허덕이다 그마저도 운이 좋으면 취업을 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어렵게 모은 돈으로 결혼하려고 보니 그 돈으론 서울에 전세 하나 얻기도 빠듯한 현실에 충격을 받고,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하고 나서 아이가 생기고 보니 생활은 더 빠듯해진다.



인스타그램  김아무개와 박아무개는 좋은 집에서 레스토랑급의 플레이팅을 선보이며 고급 와인을 곁들인 저녁식사를 하는데 나는 이게 뭔가 싶다.


그들은 나와 다른 세상 속에 살고 있는 걸까.








내가 더 불리해!!
아니야 내가 더!!





이렇게 생각하면 내 인생은 참 날 때부터 불리하게 느껴진다.

특별한 재능도 돈도 없이 평범하게 태어났다.

최소 중견기업 회장님 딸, 아들 정도로는 태어났어야 했는데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에 위로가 될 만한 사실이 있다.


우리 모두는 다 자신의 인생이 더 불리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불리하다는 건 일반적으로 봤을 때 평균 이하의 악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건데 이상하게도 이 세상에는 불리하게 태어난 사람들 투성이다. 자신에게 너무 유리한 세상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2016 미국 대선 때를 떠올려보자.


당시 힐러리 클린턴은 독특한 미국 대통령 선거 제도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에게 패했다. 전체 유권자 득표수에서는 이겼지만 선거인단 수에서 졌기 때문에 낙선한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러한 미국의 대통령 선거 제도의 특성이 자신의 당에 유리한지 불리한지에 대해 묻자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자신들에게 더 불리하다고 답했다.(참고: 굿라이프 최인철 저)








살면서 우리는 이런 생각들을 꽤나 자주 한다.


내 직업이 다른 직업들보다 더 힘들게 돈을 버는 것 같고,

내가 자기 관리하는 게 다른 사람들보다 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것 같고

남들은 쉽게도 척척 시험에 붙지만 나는 온갖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 마침내 합격한다.


마치 배틀이라도 하듯 내가 더 불리하다며 마음속으로 억울함을 호소한다.







내가 더 불리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한다.





왜 이렇게 서로들 불리하다고 느낄까?

그 이유로는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을 들 수 있다. 심리적 안전감은 구글의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의 연구 결과 성과를 내는 조직의 필수 요소로 밝혀지면서 잘 알려지게 되었는데, 이는 조직뿐만이 아니라 개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심리적 안전감은 기본적으로 우리 삶에서 불안과 두려움을 잠재워 주는 긍정적인 요소다. 실패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면 삶을 좀 더 도전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심리적 안전감을 확보하기 위해 나도 모르는 사이 자기합리화의 길을 걷기도 한다.




내가 더 불리하다고 생각해 버리면 실패했을 때의 부담감이 줄어든다.


즉, 결과가 어떻든 나는 스스로든 타인으로부터든 공격이나 비난받지 않을 수 있는 심리적 안전감을 확보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남의 눈에는 특별히 보이지 않는 부분도 낱낱이 감안하여 "내가 불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리스트를 만들어 나간다.










남의 염병이 제 고뿔만 못하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사람의 자기중심성에 있다.

사람은 보통 자기중심적으로 살아간다. 그래야 한 사람으로서 개체가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속담 중 "남의 염병이 제 고뿔만 못하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남이 중병에 걸렸다는 걸 알아도 당장 내 감기가 훨씬 불편하고 힘들게 느껴진다.

반대로 남의 감기는? 감기쯤이야 뭐 특별히 신경 안 쓰지 않나.

때문에 상대방에게 불리한 조건들은 내 눈엔 보이지 않고 나의 불리한 조건들은 손톱 밑 가시처럼 날카롭고 치명적인 조건으로 느껴진다.








내가 잘하면 불리함을 극복한 영웅
남이 잘하면 원래부터 유리한 상황




유리한 사람은 별로 없는데 불리한 사람은 많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결국 우리는 각자의 불리함에 더 집중하며 스스로를 감싸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면에서 보면 나에게만 불리해 보이는 상황에 너무 집중하며 한탄하기 보다는 주어진 조건 속에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는 게 더 효율적이다. 어차피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이고 잘 들여다보면 사실은 나만큼 다른 사람들도 불리한 조건일 수 있다.




수많은 상황들이 나에게 더 불리한 게임이었다고 숨기보다는 그 와중에도 게임을 잘 풀어나가는 사람들을 좀 더 열린 시선으로 바라보면 좋겠다. 그들 또한 자신들 생각에는 '유리해서 이긴 게 아니라 불리한 조건 속에도 불구하고 이긴 영웅'일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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