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새인 Aug 16. 2023

어른들의 시간이 아이들보다 더 빨리 가는 이유

'10살 땐 시간이 10km로 가고 70살 땐 70km로 간다'는 말이 있다.

나이에 따라 체감하는 시간이 빨라지는걸 시속에 비유한 말이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동일하게 주어진다.

하지만 신기하게 아이들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데 시간이 안 간다.'고 말하고

어른들은 '한 것도 없는데 시간이 빨리간다.'고 말한다.



이런 속도차는 어디에서 생기는 걸까?








크로노스(Chronos)의 시간 vs 카이로스(Kairos)의 시간



시간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크로노스(Chronos)의 시간과 카이로스(Kairos)의 시간. 그리스 신화 속의 신들인 크로노스와 카이로스로 부터 유래된 말이다.



시간의 신인 크로노스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객관적인 시간을 말하고, 기회의 신인 카이로스의 시간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 시간을 말한다.  



크로노스의 시간은 죽었다 깨어나도 바꿀 수 없다. 하지만 카이로스의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아이들의 시간은 어떤 의미를 가진 경우가 많다. 나이가 어릴수록 어른들에 비해 처음 경험해보는 일들이 많아 일상이 다채롭고 특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른들은 상대적으로 이미 해본 것들이거나 혹은 다른 경험들을 통해 예측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이런 일들은 그다지 의미있는 사건이라고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어른의 시간은 한게 없는데 빨리 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카이로스의 관점에서는 아이들의 시간이 더 꽉 차 있는 것이다.










기억할 수 있는 시간



시간에 대한 과학적 탐구를 담은 책인 「시간은 왜 흘러가는가」의 저자 엘런 버딕(Alan Burdick)은 '시간이 어쩜 이렇게 빠르지?'라는 말은 사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도 했다.


아이들에게는 어떤 이유에서건 기억할 수 있는 일들이 많지만 어른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아이들처럼 시간이 '너무 안가게' 붙들기 위해서는 기억할만한 일들이 많아야한다.



작년 오늘을 기억해보자.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나는가. 대부분 작년 오늘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아예 기억나지 않거나.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식을 떠올려보자. 졸업식은 훨씬 더 오래전 일인데도 떠올려내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특별한 날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는 의미있는 경험을 한 날을 잘 기억한다.



아이들처럼 새로운 경험으로 매일을 채울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기억할거리가 많은 삶은 만들어볼만하다. 먼훗날 꽉찬 인생에 가슴 벅차오르도록 지금 순간 순간을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만들면 어떨까.



매거진의 이전글 분노를 참는 게 좋을까 표출하는 게 좋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