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앞자리가 4를 찍으면서 가장 먼저 변한 점?
일단 소화기능이 맛이 간다.
난 정말 식욕 면에선 너무 강해서 평생 입맛이 떨어질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인데, 요즘은 '물만 있다면 한 3일 정도는 아무것도 안 먹어도 살만하지 않을까?' 생각 중이다.
여러분 나이 들면 저절로 알게 됩니다.
나이 드셔도 식사 잘 드시는 어르신들은 초인입니다. 위장이 타고나야 나이 들어도 먹을 수 있어요 ^_ㅜ) b
잡썰이 길었는데
아무튼
내가 소화기관이 안 좋다고 하니 엄마가 마를 구해다 주셨다. 위장이 맛갈 땐 마가 회복시켜 준다며.
네 먹어볼게요. 하며 챙겨 온 마.
비주얼부터 뭔가 못생긴 비틀어진 고구마처럼 생김.
(방금 카페서 작은 조각 하나 잘라먹었다)
맛은 무맛(없을 무)
식감은 아삭아삭
흰 액체 같은 게 마치 끈처럼
씹을 때마다 입에서 늘어난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지.
물론 위개선 용도가 아니라면 내가 마를 찾을 일은 없지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여기저기 가렵기 시작했다.
으악으악으악
목이 너무 가려워.
벅벅 벅벅
ㅜㅜ 눈물과 함께 먹 여기저기 긁으며 엄마에게 톡을 해봤다. 오랜만에 먹고 나니 그제야 예전에도 마를 먹을 때 이렇게 가려움이 느껴졌지, 기억이 떠올랐다.
엄마 마 먹었더니 미친 듯이 가려워! ㅜㅜ
그래? 나도 첨 먹을 때 그랬는데
이러고 끝.
예전에도 비슷하게 가렵다고 말했더니 몸에 독이 쌓여서 그 해독작용으로 가려운 거라고 들었던 거 같은데.
암튼 대수롭잖은 반응에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가만있으려니 한 5분 지나니 이제 가려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네이버 검색으로 찾은 정보는 원래 마를 먹으면 좀 가려울 수 있다고 한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니 일단 안심이다. 아마 조금은 마 알레르기가 있는 듯?
집 냉장고에 아직 챙겨 온 마가 5개 정도 남아있는데 가려움을 참고 일단 다 먹어봐야겠다.
이제껏 살면서 몸이 아플 때 어머니의 사랑은 늘 맛없는 음식과 함께 나타난다.
감기 걸리면 꿀을 잔뜩 넣은 삶은 무 혹은 도라지차.
겨울엔 이거만큼 보약이 없다며 생으로 자른 무.
몸 든든해야 한다며 청국장 류 찌개.
위장 안 좋을 땐 뭇국, 마
그 외 이름 모를 암튼 맛없는 얘들.
(써놓고 보니 주로 무를 싫어했군;)
늘 억지로 먹으며 그래서 이게 어떻게 좋은 건데? 물으면 암튼 좋은 거니 먹어! 하며 화내던 엄마.
마는 찾아보니 나틴성분이 위에 좋은 효과가 있어서 꿀 없이 되도록 생으로 먹는 게 좋다고 쓰여있다.
집에 가면 간지러움을 참고 한 3일간은 남은 마들을 부지런히 먹어 봐야겠다.
결국 어머니의 사랑은 간지러움을 극복하고 나에게 예전의 소화능력을 되찾게 해 줄 것인가.
사랑의 마루타가 되어 결과가 좋으면 구정 때 찾아봬서 엄마! 진짜 효과 좋았어!라고 엄지 척해줘야지.
분명히 좋아할 것이다.
예전 본 애니메이션에서 사랑은 모든 걸 극복할 수 있어요! 외친 한 여주인공의 대사처럼, 몸이 안 좋을 때마다 늘 내게 맛없는 음식을 물어다 주는 어머니의 사랑.
부디 저에게 눈부신 위장능력을 회복시켜 주세요!
남겨진 마껍질을 눈앞에 두고, 1초 정도 간절히 빌어본다.
그리고
다시는 아프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