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새벽부터 수고하시는 것에 대한 고마움도 표할 겸 따뜻한 캔 커피를 10여 개 사들고, 인문관 미화원 아주머니들의 쉼터를 찾았다. 네댓 명의 아주머님들이 편안하게 앉아있다가 불청객의 기습방문에 화들짝 놀라면서 자세를 고쳐 앉으신다.
"수고 많으십니다. 저는 이번에 문창과에 입학한 000입니다."
나의 어색한 첫인사가 끝나자마자 질문인지 취조인지 마구 쏟아진다.
"어쩐지 교수는 아닌 것 같고 학생인가 아닌가 참 궁금했었어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왜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하세요?"
"어디 정년퇴직하셨어요?"
"학비는 얼마예요?"
내가 나이 탓으로 기억력이 까막거려서 강의실에 뭘 자꾸 놓고 다니니 혹시 분실물 있으면 잘 좀 보관해 주세요라는 부탁을 겸 하려는 자리였다. 그러나 본론은 사라졌다. 쏟아지는 질문을 답변하다 보니 무슨 청문회장을 연상시킨다. 부랴부랴 청문회장을 나왔다.
아무튼 그 이후로 등굣길은 마음이 조금 가볍고 상쾌하다. 건물에 들어서면 마주치는 아주머니들이 대면대면하지 않으시고 깊숙하게 인사를 먼저 해오신다. 나도 크게 인사하고 나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학생들이 넘처도 황랑 하기만 했었다. 중 고교시절 같이 고정된 교실이나 책걸상이 없어서 내 학교라는 정이 쉽게 안 가는 데가 대학 캠퍼스였다. 그러나 청소하시는 분들하고 아침 인사를 주고받으면서 등교하면 내 학교 같고 내 강의실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좋다.
초등학생답게 초보 대학생답게 모든 소지품에 이름표를 붙여줘야겠다.
오늘은 충전기에 네임펜으로 기입했다.
"문예창작학과 000"
기본 전공과목 중 하나인 '세계고전특강' 수업이 시작됐다.
교육목표는 '세계 문학 명작 감상을 통해 문학의 이해능력을 키우고 한국문학과의 연관성을 파악하는 능력을 키운다'에 있다. 첫 수업인 "세계 고전이란 무엇인가"의 학습을 진행하기에 앞서서 문학의 이름으로 만나는 것들에게 대한 자기 견해를 밝히는 과제 쓰기가 있다. 질문이 1학년 신입생들이 접근하기에는 너무 포괄적이라는 느낌도 있지만 평소 생각을 정리해서 업로드했다.
※ 다음 질문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자유롭게 서술하시오.
1. 세계문학이라 불리는 작품들, 그리고 고전이라 정의할 수 있는 작품들의 목록을 각각 만들어 보자. 그리고 이 두 개념의 목록이 일치하는지 생각해 보자.
1) 내가 생각하는 세계문학작품 목록:
2) 내가 생각하는 고전문학작품 목록:
3) 두 개념은 일치하는지 아니면 불일치하는지?
2. 내가 생각하는 세계문학이란 무엇인지, 고전이란 무엇인지, 각각의 정의를 생각해 보자.
1) 내가 생각하는 세계문학의 정의란 무엇인가?
2) 내가 생각하는 고전문학의 정의란 무엇인가?
3. 세계문학과 고전의 개념이 일치한다면, 혹은 일치하지 않는다면,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그 이유를 간략히 서술해 보자.
1) 개념이 일치(불일치)한다면 그 판단 근거는 무엇인가?
4. 내가 생각하는 문학의 고전이란 무엇인가? 나는 어떻게 고전 작품들을 읽었는가 이야기해보자.
그 고전 작품의 목록들은 현재에도 유효한가?
1) 고전이란?
2) 어떤 작품을 읽었는가?
3) 여전히 유효한가?
5. 내가 즐기는 세계문학 작품은 어떤 것이 있는가. 나는 그것을 왜 읽었는가.
1) 나는 이 책들을 이래서 읽게 되었다.
6. 세계문학은 왜 읽어야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1) 읽어야 하는 이유:
2)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7. 세계문학의 고전이 될 수 있는 작품의 목록이 새롭게 만들어진다면, 그때 새롭게 포함되어야 하는 작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 작품과 선정의 이유를 적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