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엄마를 죽였다...

by 쌤작가


대부분의 꿈은 하루 이틀 지나면 잊기 마련이다. 특히나 꿈을 많이 꾸는 나에게는 별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날의 꿈은 아직도 잊기 힘들다. 내가 엄마를 죽였던 그 꿈은 한동안 나를 괴롭혔다. 도대체 내가 왜, 나는 분명 엄마를 정말 사랑하는데. 온갖 생각이 나를 괴롭혔고 패륜아가 아닌가, 정신병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말 못 할 고민으로 며칠을 끙끙 앓았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때 그 꿈을 생각하면 오히려 뿌듯하다. 바로 꿈의 진짜 뜻을 알았기 때문이다. 간혹 그 후로도 누군가가 죽는 꿈, 죽이는 꿈을 아주 가끔 꾸는데, 이제는 그런 꿈 때문에 괴롭지 않다. 오히려 뿌듯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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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무지가 두려움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런 무지에서 나를 도와준 사람은 꿈 전문가 고혜경 박사였다. 어느 한 팟캐스트에서 그녀의 꿈 관련 강의를 듣게 되었고 그 강의는 나를 괴로움에서 구해 주었다.


나를 괴로움에서 구해준 고혜경 박사를 좀 살펴보자. 고혜경 박사는 신화학 박사이자 꿈 분석가라는 조금은 생소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미국 퍼시카대학원에서 신화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의 제레미 테일러 박사에게 그룹 투사 꿈 작업을 배웠다. 꿈 투사 작업은 심리 치료와 비슷한 면이 있는데 꿈을 매개체이자 도구로 사용한다는 것이 좀 특이하다.


꿈은 우리 무의식의 반영이다. 하지만 그 무의식이 꿈에 나타날 때는 여러 가지 사물, 인물, 상황을 가지고 뒤틀고 비틀려 왜곡되어 나오기 때문에 보이는 대로 믿으면 안 된다. 꿈 분석가가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의에서 그녀가 꿈에서 누군가 죽는 꿈을 꾸는 것에 대해 한 말이 기억난다. 아이들과 꿈 투사 작업을 할 때 가끔 아이들이 울면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꿈속에서 엄마 아빠가 죽었다는 것이다. 펑펑 울며 말하는 그 아이들에게 고 박사는 축하를 해 준다고 한다. 그리고 그 아이의 부모님께는 아이를 위한 파티를 열어 주라고 한다. 도대체 무슨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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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책 『나의 꿈 사용법』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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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든, 옆 사람이 죽든, 자살을 하든, 시체를 보든 다 죽음의 꿈이다. 죽음은 커다란 성장과 변화의 표식이다. 내가 급격하게 성장하지 않았나? 기존의 이미지로는 변화하고 성장한 나의 모습을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그 이미지가 사라지는 것이다. 죽음 중에서도 자살이 가장 특별한 성장의 징표이다. 왜냐하면 이 변화나 성장이 나 사진의 의지와 노력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고혜경 박사가 아이를 축하해 주었던 이유, 부모에게 파티를 열어주라고 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 아이는 '성장'한 것이다. 꿈속에서 죽는 사람이 자신과 가까운 사람일수록 그 성장 폭은 더 큰 것이라고 한다. 아이에게 그 무엇보다 큰 존재인 부모님이 죽은 꿈이라면 그 아이가 그 나이대에 최대한 클 수 있을 만큼 제대로 성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 축하하고 파티를 해 줄 수밖에.


다시 나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나는 꿈속에서 내 손으로 엄마를 죽였다. 울면서도 나를 멈출 수가 없었다. 그저 바라만 볼 뿐. 너무나 괴로운 꿈이었지만 고혜경 박사의 이론을 통해 해석해 보자면, 그 꿈을 꾼 날 이후로 나는 '진짜 어른'이 된 것이다. 부모님이라는 심리적 존재로부터 완전히 나 스스로 독립한 진짜 어른이 된 것이다. 그것도 내 스스로의 힘으로 말이다.


그 당시 나는 혼자 경기도로 올라와 외국계 기업에 취업해 6개월 정도 인턴을 마치고 정직으로 전환되고 난 직후였다. 혼자 지낼 자취방을 마련하고 울산 집에 있는 내 짐도 가져다줄 겸 부모님이 내 집에 다녀가셨었다. 그때 엄마가 나에게 한 말이 기억난다. "넌 맨날 집에서 나가 지내긴 했는데.. 이번에는 느낌이 진짜 좀 다르네. 진짜 엄마 품을 떠난 것 같네 우리 아들~"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말인데 엄마도 직감적으로 느꼈던 것 같다. 이제 나는 엄마의 아들이 아니라 어엿한 한 남자가 되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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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도 깨달았다. 경제적으로 부모님에게 독립한 것만으로는 어른이 되기엔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을. 진짜 중요한 것은 심리적인 독립이었다.내 삶은 내 스스로 선택하고,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 그에 따르는 모든 결과를 책임지겠다는 다짐.그런 심리적인 독립 말이다. 엄마, 아빠가 아니라 환갑을 바라보고 있는 한 남자, 한 여자로 부모님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나는 '진짜 어른'이 되었고 무엇보다 강령한 꿈으로 그 사실을 깨달았다. 언젠가 나의 아들도 울면서 잠에서 깨는 날이 있겠지. 그때 아들을 안아주며 이야기해 줘야겠다. "아들, 축하해! 너 성장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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