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감사가 보이는 날
지난 주말 시골에 다녀오면서 길이 많이 막히는 바람에 몸이 지쳐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어요. 저질체력의 대표 선수인 저는 씻지도 않고 누웠지요. 이런 날은 그냥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젊은 시절 밖에서 끼니를 많이 해결했던 가족 1호는 나이 들면서 집밥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이런 날은 저의 상태를 알고 밖에 나가 저녁을 해결하자고 하는데 저는 이것도 귀찮아 거절을 했어요.
배터리가 정말 방전되어 버린 듯합니다. 마누라의 체력을 아는 남편이 소리 없이 사라지더니 나가서 해물찜을 포장해 왔습니다. 길이 막히는 도로에서 매콤한 것이 먹고 싶다는 얘기를 주고받았었는데 메뉴가 해물찜으로정해진 모양입니다.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메뉴라 저녁 해결이 쉬워졌습니다. 해물찜 뚜껑을 열어 보니 붉은 양념의 매콤한 향이 확 올라왔어요.
울렁거리던 속이 해물찜의 매콤한 향에 누그러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오동통한 오징어와 새우, 조개들이 집나간 입맛을 돌아오게 하는 듯합니다. 친정 엄마가 계신 병원을 다녀온 길이었는데 이번엔 저와 교대 없이 정체되는 도로 위 운전은 오롯이 남편이 모두 하게 되었어요.
저의 컨디션을 알아서인지 제가 운전을 하겠다고 해도 괜찮다고 혼자서 전 구간을 운행했지요. 미안함과 고마움이 함께 하는 시간이 되었네요. 별것 아닌 해물찜 하나에 오늘은 감사의 마음이 커진듯합니다. 예전 같으면 힘들게 같이 일하는데 내가 힘들면 배달 음식 먹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무슨 대단한 것도 아닌 해물찜 하나에 나의 방전된 체력을 챙겨준다는 마음이 들어 고마움이 생겨납니다. 그러고 보면 감사라는 건 멀리 있는 게 아님을 새삼 깨달아 갑니다. 일상 속에 조용히 숨어있는 작은 행동, 그것을 알아보는 시선에서 감사는 시작되는 것임을 알 수 있네요. 나이를 먹어갈수록 가족 1호의 이런 작은 배려가 고마움으로 느껴집니다.
젊은 시절 서로 다투며 치열하게 했던 지나온 시간들이 부부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힘으로 쌓인 듯합니다. 요즘 감사한 하루를 자주 기록해 두려고 합니다. 감사가 하루를 바꾸는 걸 경험하기 때문이지요.
예전보다 돈이 많아진 것도 아니고, 더 좋은 직장을 다니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감사의 시간이 쌓이니 불평이 들어갈 자리가 좁아든다는 것을 깨닫고 있기 때문입니다.
매콤한 해물찜의 맛이 하루를 정리하는 고마움으로 저장되고 있어요.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으면 소소한 우리의 감사는 점점 커질 수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아가는 중이네요. 가족에게도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작은 호의에도 고마움을 아끼지 말고 많이 표현해야겠어요. 함께 하는 이 순간을 귀하게 여기며 감사하는 마음을 좀 더 키워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