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꼰대 부부입니다.

라떼는 말이야

by 부자꿈쟁이

"꼰대 또는 꼰데는 본래 아버지나 교사 등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켜 학생이나 청소년들이 쓰던 은어였으나 근래에는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질을 하는 직장 상사나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변형된 속어이다." 위키백과사전에 정의된 꼰대의 뜻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족 1호에게 "꼰대짓 하면 아무도 당신하고 가까이 지내려고 하지 않으니 신경 좀 끕시다요."라는 충고를 하던 제가 스스로 꼰대가 되어감을 느끼게 됩니다.

사무실 지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옆 칸을 보니 아이스커피를 마신 빨대 꽂힌 빈 컵이 덩그러니 놓여 있음을 발견했어요. 갑자기 나도 모르게 스멀스멀 뭔가가 치밀어 오름을 느끼게 되었지요.

" 아니 어떤 인간이 저런 짓을?"

" 사무실 올라가서 버리면 되지 저걸 저기에 두고 가다니......"

청소하시는 분들이 치우겠지라며 당연히 두고 간 그 사실에 화가 납니다.

많은 사람이 함께 하는 공공장소에 개인의 쓰레기를 두고 가다니...... 어이가 없지요.

"어휴..."라는 한숨이 먼저 쉬어지고, 나만의 해석을 하고 열을 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나이 들어간다는 건 얼굴에 늘어나는 주름만이 아니라 자꾸 마음속 기준선이 명확해지고 그 기준 밖의 것들에게 시비를 걸게 되는듯해요. 남이 버리고 간 커피컵이 있건 말건 청소하시는 분이 치우면 되겠지라고 넘기면 될 일을 왜 이리 화를 내는 걸까요?

"너도 이제 꼰대가 되어서 그래. 나보고 꼰대짓 하지 말라더니 드디어 너도 꼰대가 되어가는 거야."

가족 1호의 명료한 진단에 눈을 흘기지만 반박할 수 없는 꼰대 짓임을 스스로 느끼게 됩니다. 시대가 달라졌고, 가치관도 다양해진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 역시 한때는 누군가의 눈에 무례한 젊은이였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국민학교를 다닌 우리 세대는 공중도덕을 잘 지켜야 한다는 말을 너무나 많이 듣고 자랐기에 당연히 지켜야 하는 의무감으로 알고 있어요.

머리로는 누구에게나 강요할 수도 없는 것이며 결국 " 내가 지키면 되는 것이 공중도덕"이라는 것도 알고 있지요. 사소한 잘못을 바로잡아주고 싶은 이 마음이 꼰대의 시작이라는 걸 알면서도 쉽게 감정이 사라지지는 않네요. 사실 나이 들어 잔소리하는 어른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자기보다 어린 사람들에게 훈계하는 어른이 아니라 조용히 행동으로 실천을 보여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게 나의 속마음입니다.

"내가 화낸다고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마음을 달래어 보지만 쓰레기를 버리고 간 사람에 대한 뒤통수에 여전히 화가 여전히 납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완벽하게 참아내는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냥 내 안의 꼰대를 알고도 다시 부드러운 여유를 되찾아 돌아오는 능력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꼰대가 되기 싫은 마음 한구석에서 화가 나는 마음을 숨기며, 그 마음들 속 어설프게 어른의 모습을 다시 선택해 보려 합니다.

이제는 남편의 말을 부정할 수 없이 저도 꼰대인 듯합니다. 우리는 확실하게 꼰대 부부입니다.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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