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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정철 Jun 30. 2022

우리는 사람을 향해 가고 있나?

교장의 시선_06

기술 강국

'과학기술 강국, 대한민국의 내일을 준비합니다.', '과학기술 강국 너머 과학문화 강국', 과학기술 강국 G5 도약하려면', '확실한 변화 대한민국! 혁신의 DNA, 과학기술 강국'. 과학기술을 강조하는 토론회, 시론, 뉴스 제목 등이다.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과학기술이 한국의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해서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이 삼성 반도체 공장이다. 그만큼 반도체가 중요하다는 반증이다.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자동차 생산 등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고, 신차 출고가 6개월 이상 지연되는 것이 다반사다. 뿐만 아니라 반도체의 안정적인 확보가 안보가 직결되는 상황이라는 언론 보도가 자주 있다. 


그래서일까? 정권 교체 이후 폐지 대상으로 거론되던 교육부가 겨우 살아남았다가 다시 위기다. 대통령이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기존 교육행정을 질타하며 반도체 등 과학기술 인력 양성을 위한 혁신을 강하게 주문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은 회의에서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때문에 반도체 관련 인력 양성이 어렵다는 한 참석자 발언에 '국가 미래가 달렸는데 규제 타령이냐'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기사의 제목이 "교육부, 과학기술 인재 공급 못하면 개혁대상"이다. 다시 위기다. 교육부는 이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을까? 


운전과 골프

기술과 기능이 중요한 분야가 더 있다. 운전과 골프다. 운전 기술은 사람의 안전과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고, 골프는 기술 없이 의욕만으로 절대 잘할 수 없는 운동이다. 


운전면허 시험을 열세 번 봤다. 첫 시험부터 합격까지 꼬박 일 년이 걸렸다. 필기시험은 두 번, 실기 시험은 무려 아홉 번을 쳤다. 교장을 하고 있는 걸 보면 머리가 그리 나쁜 것도 아닐 테고, 초등학생 때는 야구부도 했으니 운동 신경이 심히 부족한 것도 아닌데도 그랬다. 집에서 아내에게 받는 구박도 구박이지만, 학교 주변 동네에 소문이 나서 학부모들이 들고일어났다. 우리 학교 선생님이 운전면허 시험에 그렇게 많이 떨어지는 걸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실기 시험에 쓰이는 1톤 트럭을 가져와서는 벽지 학교 조그마한 운동장에 차선을 그려 놓고 학부모들이 선생님을 가르쳤다. 초임 교사인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듯 학부모가 나를 덜덜 볶았다.  


요즘 골프 인구가 폭발적이다. 어렵게 예약된 골프장에 가 보면 예전에 보이지 않던 20~30대의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코로나 확산으로 달리 할게 많지 않던 시기에 그나마 야외에서 할 수 있는 골프가 인기를 끌었단다. 골프 연습장도 항상 만원이다. 퇴근 후에 연습장에 가면 기본 30분 이상은 대기해야 할 정도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정말 열심이다. 혼자 묵묵히 연습하는 사람, 친구를 가르치는 사람, 프로에게 레슨을 받는 사람 등 모두를 골프채를 들고 쉴 틈 없이 볼을 때린다.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학원에 다니고, 골프 연습장에서 레슨을 받아 본 사람이 많을 테다. 운전학원과 골프 연습장에서 강사와 프로에게서 운전 매너와 골프 에티켓을 배워 본 적이 있나? 운전은 다른 차량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 동반자에 대한 배려가 골프의 기본이라는 걸 배운 적이 있나? 내 경우에는 없다. 운전학원은 가 보지 않았지만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운전면허 취득을 위한 고난의 행군 기간에 훈수를 두는 이가 얼마나 많았겠나? 다른 운전자에 대한 배려, 보행자를 우선하는 운전에 대해서는 들어보지 못했다. 


프로에게 레슨은 받아봤다. 이집트에서 근무할 때다. 영국인 프로에게서 배웠는데 그때도 비디오 장비를 가져와서 샷 하는 모습을 촬영하고 피드백을 받고는 했지만, 신사의 나라 출신 프로에게서도 에티켓에 대해서는 배우지 못했다. 하긴 두세 시간 골프의 기본 매너와 에티켓 교육을 한다고 하는 프로가 있으면, 돈 아깝다고 다들 다른 프로에게 가서 배우겠다고 하지 싶다. 


사람을 향해야 하는 이유

운전 기술이나 공을 잘 치는 기능이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다. 기초와 기본은 반드시 필요하다. 안전하게 운전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운전 기능은 필수다. 필드에 나가서 동반자와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추면서 플레이를 하려면 공을 어느 정도 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빠르고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으려면, 동반자들과 재미있는 골프를 즐기려면, 기술과 기능보다 더 필요 것이 있다.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 존중, 배려다. 학교 앞에서는 천천히 가야 하고, 보행자를 먼저 배려해야 한다. 먼저 가겠다고 다투면 더 늦어진다. 골프의 규칙을 지키면서도 동반자에게는 관대하고 자신에게는 엄격해야 즐거운 라운딩이 된다. 기술이 사람을 향할 때 더 안전하고 즐거워진다. 


기술과 기능이 속도와 승부보다는 사람을 향해야 한다. 오래전,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창의적인 제품은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서 있음을 그렇게 강조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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