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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꼰대 생각

꼰대 생각 30: 소속이 어디세요?

은퇴를 하고 보니

by 배정철

교육부에서 전화가 왔다.

어느 기관의 운영 성과에 대한 심사를 해 달라는 요청이다.

재외교육기관과 관련된 내용이라 재외한국학교장으로 두 차례 근무하고 교육부에도 오래 있었으니 심사위원으로 위촉을 하려는 모양이다.

대략적인 내용을 설명해 주고는 자세한 일정은 추후에 다시 메일을 보내준다고 한다.


며칠 지나서 담당자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온라인으로 협의회를 진행할 예정이고, 줌(zoom)의 주소와 비번은 회의 전날 전달해 준단다.

통화 말미에, 많지 않지만 수당도 지급된다고 하면서 묻는다.


“근데 교장선생님 소속이 어디세요?”

"..."



대학 총동창회.jpg <모교 동창회 전야제>

지난 4월에 모교대학 총동창회에 갔다.

개교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해라 전야제, 미술전시회, 동문출판기념회, 음악회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이른 퇴직을 하기는 했지만 총동창회 부회장 직을 맡고 있으니 당연히 참석을 해야 하고, 오랜만에 동기들도 볼 겸 1박 2일 일정으로 진주로 나들이했다.

저녁에 동기들과 4차까지 가는 진하고 훈훈한 시간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총회에도 참석했다.


총동창회 때는 지구별(지역교육청 단위)로 교사 배구대회가 펼쳐진다.

코로나로 인해 4년을 쉬고 5년 만에 열리는 행사라 열기가 뜨겁다.

실내체육관에서 하지 않고 부설초등학교 운동장에 여러 개의 배구 코트를 만들어서 한다.

운동장 빙 둘러 지구별로 천막이 준비되어 있다.

천막 아래 모인 사람들은 자기 지역 선수들을 응원하고, 타 지역 배구 해설도 하고, 음식도 나눠 먹고, 선후배들의 안부도 나눈다.

바람에 날리는 먼지, 배구 경기에 따른 함성, 시끌벅적한 소음이 어우러진 잔치 분위기…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그나저나 점심은 어떻게 해결하지?

본부 임원들을 위해 지정해 놓은 식당으로 가야 하나, 아니면 그냥 집으로 가야 하나?




“소속요? 지난 2월 말로 명퇴를 했어요.”

“아, 그러셨군요. 그럼 전, 방콕한국국제학교로 해 두겠습니다.”


“점심 식사하러 통영지부로 온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메뉴는 뭐야? 충무김밥이야?”

“싱싱한 생선회랑 충무김밥 많이 준비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쓴 페터 비에리는 [삶의 격(2014, 은행나무)]이라는 책에서,

'소속을 향한 염원은 자신의 능력을 통해 그 사회의 귀중한 구성원으로 쓰이고 그에 따른 인정을 받고자 하는 바람이다.'라고 했다.

‘자신의 능력’이 사회적 자원으로 활용이 되고, 그에 따라 ‘인정과 보상’을 받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어디에 소속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중에 하나라고 보는 것이다.


아파트 건너편 주민센터에 플래카드가 붙었다.

"<제1기 00동 주민자치위원회 위원 모집> "

지원서를 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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