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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정철 Jun 04. 2023

책임지고, 결정하고, 베풀어라

교장의 시선 09

유발 하라리는 책 ‘호모데우스’에서 오늘날 인간이 이 행성을 지배할 수 있는 것은 호모 사피엔스가 소통을 통해 여럿이서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구성원 간에 소통이 잘 되면 정보가 원활히 이루어지고 의견 교환이 활발해진다. 더 나은 방법을 찾아내 시행착오를 줄이고, 모두가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일을 도모할 수 있다.


학교 현장의 소통에는 여러 단위가 있다. 학교장과 교직원, 교무실과 행정실,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 학부모 상호 간뿐만 아니라 학교가 위치한 지역사회도 모두 포함된다. 학교 구성원이라는 범주에서 보면 모든 조직이 언뜻 동질적으로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소통이 쉽지 않은 이유다. 소통이 원활한 민주적인 학교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교장은 없다. 교장실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열린 교장실’을 운영하고, 교무실과 행정실, 학년 연구실을 찾아가 적극적인 경청에 노력한다. 교사협의회, 학년·부장협의회 등 소통 시스템을 만들어 활성화하려고 애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통에 성공하는 교장, 학교는 그리 많지 않다.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구성원 서로의 신뢰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교장에 대한 교직원의 신뢰가 소통의 첫 번째 단추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장이 먼저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첫째, 교장은 책임져야 한다. 교사는 교육의 보람과 사회적 존경은 고사하고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에 시달리고, 때로는 학생에게도 무시당하는 등 힘도 없고, 기댈 곳도 없다. 최고 관리자인 교장이 교사들의 힘이 되어야 한다. 의도치 않은 문제, 학부모 민원, 교육청과 문제가 생겼을 때, 경험 많은 교장이 적극적으로 교사 편에 서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내 뒤에 든든히 서 있다는 믿음이 생기면 소통은 저절로 이루어진다.


둘째, 교장은 결정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 “선생님들끼리 의논해 보세요.” 민주적 의사결정이라는 이름으로 결정해야 할 것을 결정하지 않고 미루는 일이 흔해졌다.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더라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교장이다. 결정을 회피하면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고, 책임질 생각이 없는 교장을 존중하고 따를 리 없다.


셋째, 교장은 베풀고 도와야 한다. 교직원의 복무에 너무 예민하지 말고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 학생의 건강과 학습권 못지않게 교직원의 건강과 복지도 중요하다.


학부모 민원은 교감, 교장이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 직원 개개인의 발전을 위한 상담과 조력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교장이 책임지고, 결정하고, 베풀고, 도와줄 때 소통의 문화는 학교에 뿌리를 깊게 내린다.


* 이 글은 2023-06-01 경남신문 [교단에서]라는 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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