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꼰대 생각
라이킷 16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꼰대생각 52_여행에서 배우는 공존

by 배정철 Mar 10. 2025

아침 해가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전망대 위로 막 오를 시각, 멀라이언 공원에는 벌써 사람들이 북적인다. 멀라이언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 바닷가를 따라 조깅하는 사람들, 한가로이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 그중에 눈에 띄는 이들이 있다. 피부색도 인종도 성별도 다른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대화를 나누며 산책을 즐긴다. 언듯 봐도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구성이 다양하다. 그들이 모두 같은 모임 참석자라는 것은 가슴에 단 이름표로 알 수 있다. 그들의 대화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해

undefined
undefined

오늘 아침, 포트 캐닝 공원(Fort Canning park)을 산책하고 돌아 나오다 만난 낯선 장면 하나. 큰 도로변에 불교 사원과 이슬람 사원이 나란히 붙어 있다. 어느 사원이 먼저 지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다른 종교의 사원 바로 옆에 자기 종교의 사원을 짓다니, 종교 간의 갈등이 전혀 없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는 일이다.  워털루 거리에는 힌두 사원(1870년에 크리슈나 신에게 헌정된 Sri Krishman Temple)과 불교 사원(Kwan Im Thong Hood Cho Temple, 관음정) 간의 거리가 50m도 되지 않는다. 주말을 맞아 자신이 믿는 신과 부처에게 헌화하려는 사람들이 꽃을 들고 열심히 기도 중이다. 다민족과 다종교가 공존한다는 싱가포르의 모습을 실제로 보면서도 신기했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멕시코인 등 불법 이민자를 체포해서 국경 밖으로 몰아내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이슬람 무장세력 하마스를 소탕한다는 핑계로 민간인들에 대한 학살을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의 번영이 멀리 아프리카 노예들의 희생과 남미 이민자들의 노동이 아니었다면 가능했을까? 아돌프 히틀러가 이끈 나치당이 나치 독일과 독일군 점령지에서 그들의 선조와 가족을 학살한 홀로코스트의 아픔을 지금의 이스라엘 사람들은 팔레스타인들에게서 볼 수 없는 것일까? 인접국과 우호국에 무거운 관세를 부과하고 전쟁 중인 약소국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끊는 것이 미국을 더 강한 나라로 만드는 것이라고 믿는 것일까? 팔레스타인이 살던 곳에서 서방의 지원으로 나라를 세우고 군사적 힘으로 그들을 몰아내는 것이 그들이 믿는 신이 바라는 것이라고 믿는 것일까?


지금도 지구의 어느 한쪽에서는 영토를 빼앗기 위한 전쟁이 벌어지고, 또 다른 곳에서는 타 종교에 대한 반감으로 이빨을 드러내고 핏대를 세우며 나의 신만을 부르짖는 곳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서로 다른 나라에서, 서로 다른 민족이,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같은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다니고, 같은 식당에 앉아 식사를 하고, 같은 카페에서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며 일상을 즐긴다. 서로 다른 종교와 문화, 각자의 삶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는 것을 여행에서 배운다. 사실 그렇게 하는 것은 아무런 비용도 노력도 들지 않는 아주 쉬운 일이라는 것을.




매거진의 이전글 꼰대생각51_여행 맛, 음식 맛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