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것
2015년 9월에 창원에서 세종으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어쩔 수 없이 ‘혼자’ 살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나 대학을 다닐 때 고향을 떠나 혼자 자취를 하거나 직장 때문에 혼자 살기도 하고, 결혼을 한 후 에도 어쩔 수 없이 혼자 살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혼 생활에 문제가 생겨 다시 혼자가 되거나 한동안 혼자로 지내기도 합니다. 이처럼 때로 사람은 다양한 이유로 인해 혼자 살게 됩니다.
2010년 통계 자료에 따르면 배우자가 있지만 서로 떨어져 지내는 1인 가구 비율이 12.8%라고 합니다. 특히 남자의 경우는 그 비율이 17.5%로 더 높다고 합니다. 이 통계 수치도 7년 전 것이니 아마도 지금은 그전보다 훨씬 높아졌을 겁니다. 이혼이나 비혼처럼 혼자 사는 주체가 원한 것이든, 사별이나 직장 문제 등 원치 않게 혼자 살게 된 것이든, 점점 혼자 사는 1인 가구의 비율이 증가하는 것은 확연한 현실입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 1인 가구 비율이 27.2%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1인 가구가 가장 대표적인 가구 형태라는 거죠. 2006년 에 14.4%에 불과하던 1인 가구가 10년 사이에 2배나 증가했습니다. 넷 중의 한 명은 혼자 산다는 의미입니다.
현재 제가 근무하고 있는 교육부 우리 부서 12명 중에서 6명이 1인 가구입니다. 비율로 따지면 50%나 됩니다. 우리부의 다른 부서나 세종시에 있는 다른 정부기관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세종특별자치시를 수식하는 말이 ‘행복도시’인데 가족과 떨어져 사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과 연결 지어 생각해 보면 아이러니하게 들립니다.
노명우는 그의 책에서 이처럼 1인 가구 증가 원인이 개인주의 팽창이나 이타주의 몰락이 아니라, 우리가 너무나 익숙해져 있던 가정 중심성이 약화된 징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우리 가치관이 가족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 이동한, 개인화 경향이 강화된 결과라는 거죠. 개인화로 인해서 여러 가지 사회현상이나 문제가 일어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 또한 현대 사회의 자연스러운 현상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거죠.
혼자 살게 된 제게 사람들은 위로인지 농담인지 가끔 하는 말이 있습니다. “3대가 덕을 쌓아야 혼자 살게 된다는데, 축하합니다!” 제게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아내에게도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어디서 시작된 말인지는 모르지만, 중년 부부가 따로 떨어져 살게 되는 경우에 흔하게 듣게 되는 말이랍니다. 실제로 이 말은 위로의 의미보다는 약간 부러움의 뉘앙스가 섞여 있습니다. 20~30년을 같이 살았으니 서로의 간섭으로부터 해방되어 좀 떨어져 살게 된 것이 부럽다, 뭐 이런 의미겠죠. 그래서 요즘은 졸혼을 하는 부부도 있다고 하더군요. 이혼은 하지 않더라도 같이 사는 결혼생활을 그만두고 따로 떨어져 각자 살아간다는 거죠. TV에서도 졸혼의 모습을 그리 나쁘지 않게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혼자 살아 보니, 혼자된 중년의 삶은 부러워할 게 아닙니다. 하루하루 의식주를 혼자서 해결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그나마 의식주 해결은 약간의 불편함뿐이겠지만 그것보다는 의식주를 나눌 상대가 없다는 것, 작은 일상을 함께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더 견디기 힘든 일입니다.
요즘엔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신다는 의미로 혼밥, 혼술이라는 말이 흔히 쓰이기는 합니다. 그건 그나마 젊었을 때의 ‘안타까운 낭만’ 같은 게 아닐까요? 젊었을 때의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처럼 젊으니까 외로움 정도는 능히 견딜 수 있다는 의미도 있겠지요. 하지만 중년의 나이에 혼자 지낸다는 건 다릅니다. 중년뿐만 아니라 젊은이도 사실 외로움이 쉬운 상대는 아닐 겁니다. 따뜻한 음식을 가운데 놓고 하루의 일상을 얘기하며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이, 흔하지만 소중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은 시인도 그렇게 말하는군요.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밥을 먹는다
흔하디 흔한 것 동시에
최고의 것
가로되 사랑이더라
(책 출간 이후 고은 시은도 미투에 연루되어 실망이 컸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해 어떤 불편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그게 혼자 사는 사람에 대한 연민일 수도 있고, 안타까움일 수도 있고, 살짝 뒤틀린 부러움이기도 하지만, ‘혼자’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강합니다. 가족을 이루어 ‘함께’ 사는 사람은 행복 쪽에, 가족이 해체되거나 아직 가족을 이루지 못한 ‘혼자’ 사는 사람은 불행 쪽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사고 습관은 개개인이 처한 구체적인 모습은 고려하지 않고, 가족관계라는 유일한 기준으로 사람을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노명우는 말합니다. 그러면서 '때로는 혼자라는 것은 인생의 전략이자 자신의 삶을 연출하기 위한 지침이 될 수도 있다. 진정한 쉼이 필요할 때나 지난 일을 반추할 때는 물론이거니와 정신적이거나 육체적인 운동을 할 때도 혼자의 시간은 빛날 수밖에 없다.'라고도 했습니다.
사실 남들이 혼자인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보다는 혼자인 나 스스로가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생각하며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3대가 덕을 쌓아야 혼자 살게 된다는 말은 사실 듣기 좋은 말이 아닙니다. 싱글의 삶이 때론 판타지이긴 해도, 여전히 삶은 리얼리티입니다.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뜻입니다. 혼자 살아 보니 그렇습니다. 혹시 현실의 여러 문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면 싱글의 판타지가 화려한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침에 샤워하기 전에 세탁기를 돌렸습니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는 마른 옷을 개어 넣고 다림질도 해야 하고, 종이상자에 가득 찬 쓰레기를 분리수거도 해야 합니다. 청소기를 돌리지 못한 지가 며칠이나 지났으니, 청소도 해야겠네요. 이것이 현실입니다. 혼자 사는 하루하루는 판타지보다는 리얼리티가 훨씬 강합니다. 그래서 자주 밤하늘을 올려다봅니다. 그러면서 생각합니다. 나에게 주어진 ‘혼자의 시간’을 ‘괜찮은 혼자’, ‘성숙한 혼자’로 살아보자고.
함께 읽으면 좋은 책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의길, 2013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 품위 있게 나이 들어가는 비결은 무엇인가. 정치인에서 자연인으로 돌아온 저자의 삶의 지혜를 담고 있다.
사이토 다카시 저, 장은주 역,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위즈덤하우스, 2015
외로움과 고독으로서의 혼자가 아니라 자유로움과 주체적 혼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