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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꼰대 생각

꼰대 생각 05_공기

by 배정철

Bangkok on Wednesday recorded the world's third worst air quality on Air Visual, a popular app monitoring pollution, while City Hall is on high alert for a predicted rise in PM2.5 levels until the end of this week.

오늘(2020.1.9) 자 방콕 포스트 기사다. 세계에서 무려 세 번째로 공기가 나쁘다고 한다.
아침 6시에 출근하려고 창 밖을 내다보면 저 멀리 노랗고 빨간 태양이 빌딩 숲 위로 솟아오르는 모습이 장관인데,
요 며칠은 뿌연 먼지 속에 갇혀버렸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센 녀석 앞에서는 방콕의 이글거리는 태양도 어쩔 도리가 없는 모양이다.

방콕은 4~5월이 제일 덥다.
2월부터 서서히 더워지기 시작해서 더위의 최절정기인 송크란 축제를 지나고 한 달 정도 지나면 우기가 시작된다.
하루에 한 두 차례 30분에서 1시간 정도 비가 쏟아지는데, 이것 또한 장관이다.
집 베란다에서 내다봐도 좋고, 차 안에 앉아서 비를 맞아도 좋다.
골프장 그늘집에서 페어웨이에 쏟아지는 비도 볼만하다.
그중에 제일은 학교 잔디밭에 내리는 비를 볼 때다.
교장실에 가만히 앉아 창 밖을 넋놓고 보기도 하고, 현관까지 마중 나가기도 한다.

우기도 10월 중순이면 끝나고, 곧 이어 공식적인(2019년은 10.17일이라고 태국 정부에서 발표) 겨울이 시작된다.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하다.
방콕도 이런 날씨가 있구나 싶을 정도인데, 아쉽게도 오래가지는 않는다.
우기 끝나고 선선한 겨울 지나, 새해가 되면서 더위로 가는 시점에 미세먼지의 공격이 거세다.

한국의 미세먼지도 만만찮다.
한국에서는 세종시에 살았는데, 세종시 공기도 좋지 않았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이 많았다.
행복도시도 미세먼지 앞에서는 그냥 평범한 도시다.

언제인가부터 미세먼지는 반갑지 않은 일상이 되어 버렸다.
한때는 봄철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에만 중국발 미세먼지라고 이름 붙여진 녀석이 극성이었다.

(중국이 억울하던 그렇지 않던 모두들 중국발이라고 했다.)
요즘엔 봄, 가을, 겨울 가리지 않고 불쑥불쑥 찾아오는 반갑지 않는 불청객이다.
미세먼지를 피해 강원도로 사람이 몰린다고 하는 뉴스도 낯설지 않다.
어떤 이들은 아예 다른 나라로 갈 생각도 한단다.
미세먼지를 피해 보금자리를 옮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해결이 쉽지 않다는 의미겠다.
어쩌겠나, 좀 괜찮은 마스크라도 하나 쓰고 견딜 수밖에.

그나저나 미세먼지는 어떻게든 견뎌 보겠는데, 그 보다 더 독한 녀석이 있다.
사람 냄새다.
화향백리 인향만리~
꽃향기 마냥 좋은 향기를 뿜어내는 사람 냄새라면야 오죽 좋겠는가?
장미향, 국화향, 라밴드 향처럼 사람마다 저마다의 향이 있게 마련이라.
스킨로션을 바르고 샤넬을 뿍뿍 뿌려도 도대체 가려지지 않는 게 인향이다.
이건 분명 미세먼지보다 백배는 더 독하다.


다른 사람의 독한 냄새는 금방 알겠는데, 나에게서 나는 냄새는 도대체 어떨까?

스스로는 알기 쉽지 않다.

오래된 말도 있지 않나, ‘너의 냄새를 알라’

아니 솔직히 말해,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고 산다.

다들 그렇게 제 몸 썩는 냄새는 맡지를 못한다.


나의 향기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 또한 많을터인데,
그 노릇을 또 어찌할꼬...

아이구, 냄새야~~~~


<꼰대 생각>은 중년의 사소한 상념과 일상 이야기입니다. 꼰대인 줄 알지만 꼰대이고 싶지 않은 바람입니다.
<책의 이끌림, 2017>, <뇌가 섹시한 중년, 2019>를 출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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