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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꼰대 생각

꼰대 생각 12_뒷돈

by 배정철

토요일이다.
방켄 지역의 람인트라에 있는 학교로 출근한 지 3주 지났다.
오늘은 방충망 설치랑 에어컨 설치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올 것 같아 출근했다.
행정실장이 가까이 살아서 나온다고, 교장은 출근 안 해도 된다고 했지만 마음이 쓰여서 나왔다.

집에서 진공청소기를 가지고 왔다.
벽에 구멍을 하도 뚫어대서 쓸고 닦아도 먼지가 날려서.
에어컨 한다고 뚫고, 스피커, 인터넷선, 싱크대 설치 등 매일 구멍을 낸다.

초등 건물로 쓸 2관 쪽에 준공 허가서 준비를 하는 현지 엔지니어가 왔다.
새로 짓는 급식소와 강당 쪽 서류를 받기 위해 왔단다.
주차장에 서서 나도 같이 한참을 이야기했다.
공사를 맡아하는 백사장이 ‘아주 건방진 놈입니다.’라고 귀띔을 준다.
30대 중반쯤 되는 젊은 친구인데, 준공 허가받는데 120~150일이 걸릴 수 있다고 하면서 이것저것 잔소리를 해댄다.
우리 쪽 사정을 이야기하고, 태국 교육부 장관에게도 협조 요청한 내용이라고 얘기해도 귀뚱으로 듣는다.
결국은 돈을 좀 받고 싶다는 소리란다.

임대인에게 오더 받아서 허가 서류 준비하는 엔지니어도 뒷돈을 바라고,
관공서에서 허가 내주는 공무원들도 뒷돈을 바라고,
공사 현장에 한 번씩 와서 한 마디씩 하는 말단 공무원들도 뒷돈을 바란단다.

아이들 공부하는 학교 일에도 이런데,
공장이나 장사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더 하겠구나 싶다.
혀를 차다가도,
우리도 바뀐 지가 얼마나 됐나 싶어 쓴웃음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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