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56Kg
80~83kg
80년대 후반, 대학 다닐 때와 나이 50대인 최근 몸무게다.
나이 들면 그렇듯이 키는 오히려 조금 줄었다.(기분 탓인가?)
배와 등가죽이 붙었다며 늘 안쓰러워하시던 30년 전 어머니의 걱정은 이제,
배가 그렇게 나와서 어쩌냐며 혈압약은 잘 챙겨 먹냐는 걱정으로 여전하시다.
살이 참 쉽게 찐다.
먹는 만큼 살로 간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하루 세 끼를 빼먹지 않고 먹으면 그만큼 몸무게가 는다.
주말에 집에 있으면서 끼니를 빼먹지 않으면 2~3kg이 는다.
대학 다닐 때는 몸무게 60Kg을 넘어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30년 사이에 마트에서 파는 쌀 한 포대보다 더 많은 양을 몸에 붙이고 산다.
20Kg짜리 쌀 한 포대를 매일 들고 다니라고 하면 어느 누가 그럴 수 있겠나.
다행히 머리에 이거나 손으로 들어야 하는 게 아니라 온 몸 구석구석 분산해서 달고 사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하긴 그 말도 사실은 아니다.
그게 뭐가 그렇게 귀중한 것이라고 눈에 제일 잘 보이는 앞쪽에 주로 모셔두고 있으니 말이다.
나이가 들면 근육량이 줄고, 신진대사량이 감소한다고 한다.
신진대사란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소모하는 화학적 작용을 말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몸이 스스로 에너지 소모를 줄인다는 뜻이다.
진화적 관점에서 볼 때, 나이를 먹을수록 우리 몸이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것은 어쩌면 생존에 필수적이었을 것이다.
부양해야 할 가족은 더 늘었을테고,
사냥에 성공한 날도 예전만 못했을 게 뻔하다.
그러니 내 한 몸이 소비하는 것이라도 줄였어야 하지 않았겠나.
수렵채집 시대로부터 수십 만 년이 지난 지금은 음식을 구하러 힘들게 다닐 필요가 없다.
나이가 들었다고 음식 구하는 일이 그렇게 힘들지도 않고,
자식이나 손주 먹이려고 적게 먹을 필요도 없다.
그러니 이제는 나이 들어서도 신진대사가 줄지 않도록 몸이 진화했어야 하는데 아직 그러질 못했다.
하긴 농경생활을 시작으로 산업혁명을 거쳐 풍요로운 사회가 된 것이 진화적 시계로 봤을 때는 몇 분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나저나 몸으로 들어오는 에너지를 다 소모하지 못해서 살이 찌는 거니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에너지 소모량을 늘리던지, 몸으로 들어오는 에너지 양을 줄이면 된다.
운동을 하거나 적게 먹는 거다.
내 몸에 들어온 초과분의 칼로리를 열심히 태워 없애고, 소모할 수 있을 만큼의 칼로리만 흡수하면,
살이 찌지 않고 원하는 몸매로 살 수 있다.
원인도 알고 해결 방법도 잘 알고 있으니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많이 먹고 덜 움직이는 건 쉽고,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건 힘들다.
세상엔 맛있는 먹거리가 넘쳐나고, 개미지옥 같은 넷플렉스의 무슨무슨 ‘시즌’은 또 얼마나 많은가.
임대할 집 구할 때 수영장과 헬스장을 참 열심히도 살펴본다.
(파견 근무 중이라 방콕에서 집을 임대하여 살고 있음)
수영장의 크기가 너무 작지는 않는지, 깊이는 수영하기에 적당한지.
헬스장에는 러닝 머신이 몇 개나 있는지, 다른 운동기구도 잘 구비되어 있는지.
수영장과 헬스장이 마음에 안 들면, 그 집은 당연히 우선순위에서 제외된다.
막상 계약하고 살기 시작하면 수영장과 헬스장을 이용하는 횟수는 일 년에 열 손가락으로 다 꼽을 수 있을 정도다.
파랗고 시원한 수영장은 발코니에서 내려다 보기가 더 좋다.
나름 정해 놓은 몸무게의 수치를 넘기는 날이면 급 처방을 한다.
아침도 참고, 점심은 건너뛴다.
저녁도 간단히 먹고 말면 좋겠는데 그러면 너무 배가 고프다.
배가 고프면 잠이 잘 안 오고, 짜증이 공복감과 함께 꾸물꾸물 솟아난다.
그러면 괜히 옆에 있는 사람들이 불편해지니까, 민폐를 끼치는 게 되니까 적당히는 먹어줘야 한다.
‘적당히’라는 기준이 뭐 딱히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내가 알아서 정한다.
‘그래, 맛있는 음식을 일부러 안 먹고 참는 것도 건강에 좋지 않아.’
‘적당히 먹고 내일부터 운동을 시작하지 뭐.’
‘배불리 먹고 바로 운동하면 힘드니까 좀 쉬었다 운동해야지’
아뿔싸~
‘잠시 소파에서 졸고 일어났더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오늘은 너무 늦었어. 운동은 내일부터~’
그렇게 꼰대의 몸은 매일매일 ‘적당히’ 변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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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생각>은 중년의 사소한 상념과 일상 이야기입니다. 꼰대인 줄 알지만 꼰대이고 싶지 않은 바람입니다.
<책의 이끌림, 2017>, <뇌가 섹시한 중년, 2019>를 출간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