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IT를 보면서 공감한 것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본 콘텐츠, SUIT.
https://www.netflix.com/title/70195800
야생마 같은 변호사와 그의 어쏘로 발탁된 가짜 변호사의 이야기이다.
다 본 건 아니지만(시즌제라 길다), 좁게는 비지니스, 넓게는 인생사에 대한 통찰 몇 가지가 너무도 탁월하게 드러나서 브런치를 쓴다.
#1 모든 일은 딩 하면 댕 하게 돼 있다.
Backfire, 역풍. 한자권 사람들은 바람이, 영어권 사람들은 불이 더 무서웠나. 아무튼간 뭔가 숨겨진 의도를 가지고 행동을 하면 늘 역풍을 맞는다. 그 이유가 마무리되지 않은, 발견되지 않은, 사실 때문일수도 있고 남아있는 사람의 감정 때문일수도 있다. 중요한 건 이 일이 벌어진 이유가 앞선 어떤 일 때문이고, 앞선 일을 처리하는 시점에는 상당히 깔끔하고 좋은 해결책으로 해결했다고 믿고 있다는 점이다.
인생사 호락호락하지 않다. 뭐든 남아서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 그것이 좋은 것일수도 있고 나쁜 것일수도 있는데, 비지니스에서는 대부분 나쁜 것에 가깝다. 예를 들어 내가 호의로 금전을 베푸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스스로 깊게 명상해보면 마음 자체가 순수한 호의가 아님을 안다. 최대한 좋게 이 사람과의 비지니스를 마무리 짓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완전 순수하게 생각한다 하더라도, 최소 내 마음이 편하고자 하는 이기적인 마음은 분명히 있다.
이것은 역풍의 씨앗이다. 내가 이 호의라는 도덕적으로 보이는 가치를 위해 목적을 망각하고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순간 잘못된 행동을 하게 된다. 상대방도 자연스레 안다. 자신이 무시당하고 있음을 말이다.
조금의 무시, 조금의 과시는 상대방에게 조금씩의 앙금을 남긴다. 그리고 그것은 역풍에 해당하는 어떤 행동을 이끈다. 그리고 이 것은 인류의 역사 내내 반복되었다.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작은 회사를 만들어가거나. 비지니스와 관련된 수많은 의사결정이 크고 작은 역풍이 되어 돌아오는 경험을 숱하게 하게 된다. 처음에는 너무 스트레스 받고 괴로웠는데, 여전히 익숙해지진 않았지만, 적어도 역풍이 올 만한 행동이다- 정도의 느낌은 알게 됐다. 나의 경우에는 역풍이 주로, 사람과 채용에 대한 것이었다. 대부분 겉으로 친절하지만 때로는 너무 선을 긋고 잘라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건 항상 역풍의 씨앗이다. 솔직히 이야기하고, 남겨두지 않는 것이 최선의 답이지만, 공감능력이 부족한 탓에 남에게 앙금이 남지 않는 행동을 아직 잘 이해하지는 못한다. 존경하는 많은 어른들이 최대한 상대에게 잘해주라는, 처세를 알려줄 때 그렇구나 할 뿐이다.
SUIT는 계속 엮이는 사건들을 참 잘 그렸다고 생각했다. 빠른 상황 판단으로 이끌어낸 최선의 결과가 최악의 사건을 일으킨다. 참, 법무와 관련해서 현실성은 없다고 해도, 비지니스와 관련해서는 현실성이 넘쳐나는 시리즈다.
#2 최고급 인재는 Outside the box에서 생각을 가져온다.
박스의 밖에서 가져온 해결책. 제3의 안, 윈-윈전략, 창의성.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는 어떤 생각법에 대한 것이다. SUIT의 배경은 전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 하버드 법대생들만 바늘구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로펌을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이 시리즈에 나오는 인재들은 대부분 여전히 샌님이었고, 하버드 출신이 아닌(허가는 받았었지만서도) 가짜변호사가 바로 최고급 인재다.
이 변호사들은 특이하게도, 개인이나 법인들이 서로의 잘못을 만회하고 이익을 위해 만든 협상 테이블에서 합리적으로 중재하는 일을 한다. 대부분의 논리 구성은 이렇다. 클라이언트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것이 목표이지만, 지금 우리가 준비한 이 안은 상대방 너네에게도 이익인 윈-윈이다. 그리고 그 안은 서로가 애초에 들고 고민하던 안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떠올라서 오게 된거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은 사람들과 얘기하다가 '아!'하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사무실로 달려가 자료를 찾았다(우영우가 고래를 상상하는 모습과 비슷할지도 ㅎㅎ)
특정하게 다 만들어져 있어서, 틀 안에 있고, 하기만 하면 되는 일은 AI에게 시키면 된다. 하기만 하면 되는 일을 대체하는 것은 너무 쉬운 일이기 때문에 어쨌든 현대사회에서 인간이 무슨 일을 한다는 것은 하기만 하면 되는 일을 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은 할 일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고, 그 할 일이 목표에 부합할수록 똑똑한 사람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그래서 이 시리즈의 최고급 인재 가짜변호사는 바로 스타트업 인재다. 계속 Outside the box에서 해결책을 탐색한다. 우리가 A라는 틀안에서 고민을 해왔다면 굳이 A라는 틀을 왜 고집했더라, 생각하게 되는 좋은 아이디어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 아이디어는 누구든, 듣기만 하면 '아!'하고 기존에 고집했던 A는 빛바랜 누런 것으로 변해보일 것이다. 그런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무엇이 우리팀의 할 일이 될 지는 자명하고 빠르게 파악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팀에 합류했거나, 합류할 사람들은 이런 생각법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법을 가진 사람들을 최고급 인재로 모시고 싶다.
#3 불안감은 일에 몰입하게 하는 최고의 재료다.
SUIT를 휘감고 있는 주된 정서는 바로 불안감이다. 내가 가짜변호사인게 들통나면 어쩌지, 내가 하버드 법대출신이 아닌게 드러나면 어쩌지. 라는 주인공의 불안감이 시리즈 내내 흐른다. 그리고 드물게 한 명씩 이 비밀을 알게 되면서 불안감이 주기적으로 증폭된다.
이렇게 불안하기 때문에 실력은 배가 된다. 미친듯이 자료를 찾고 머리를 쥐어짜고 생각해 낸다. 내가 안움직이면 안되기에, 실천한다. 어른들에게 뻗대기도 해보고, blackmail도 보내본다.
안타깝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곧 죽을 거 같다는(잘릴 거 같다는) 불안감은 회사와 회사의 종사자를 압박함과 동시에 가장 큰 성장을 이끌어내는 재료다. 이건 내가 스타트업을 만들어가면서 너무 느낀 점이다. 몇년전만 해도 분명 나는, 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必死則生, 必生則死), 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살 만할 때, 그러니까 TIPS 지원금도 있고, 인원도 많지 않아서 흑자일 때는 더더욱 몰랐고, 조금씩 지원이 걷히고 나가는 것만 날 것 그대로 고스란히 드러났을 때, 그때야 상황파악이 됐다. 직면했다. 그리고 성장의 동력이 없는 이유가 낮은 높이에서 최적화된 기존의 무엇인가들에 의해서 라고 생각이 들었고, 죽어도 어쩔 수 없다 라는 생각의 여러가지 일을 단행했다. 2025년 회사는 여전히 적자이지만, 어찌됐든 살아냈고 돌파했다. 살 거 같으니 다시 죽을 거 같은 상황을 만드는게 지금 내가 2026년에 계획하고 있는 바다.
스타트업에 오면서 혹은 나가면서 "너무 불안했어요" "생존에 위협을 받았어요" 라고 말하는 사람을 종종 만난다. 생존을 위해서는 이 정도는 필요하다며 감정에 호소하며 터무니없는 처우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고, 실력이 없어서 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자신도 불안해서 못 있겠다고 피드백한다.
예전엔 내가 대기업처럼 더 안정적으로 워라벨이나 처우를 잘 못챙겨주기 때문에 미안하게 생각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말들을 해온 상대방들에게 미안하지만 니가 틀렸다고 말한다. 스타트업은 원래 불안한거고, 불안하기 때문에 실력이 생긴다. 죽을 거 같기 때문에 불안하고, 반대로 불안하기 때문에 죽을 거 같다. 그렇지만, 죽을 거 같아야 살아나는. 모순적이고 인간사 희노애락을 가득 담은, 가장 인상적인 조직이다. 이렇게 불안했음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기업을 만들어낸 많은 사람들은(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Good to great에서 발췌) "그 때 우리가 참 재밌었지!"라며 업무 후, 정년 후에도 동료들과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어 함께 어울려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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