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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이화니 Aug 24. 2024

Seven Moons

Just Like There But Worse
거기도 똑같은데, 좀 더 안 좋아.


550 페이지 영어 소설을 읽고 난 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문장이다. 소설 속 주인공 말리는 죽었다. 별로 잘 산 인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형편없이 악하게 산 건 아니다. 그저 본능에 이끌리는 대로 시류를 따라 그렇게 살았다. 동성애자(Queer)로 멋진 남자와 기회대는 대로 Fresh meat을 즐겼다. 사실 이것이 죄는 아니다. 플라톤의 향연에서, 아리스토파네스가 말하듯이 태초에 인간은 남성, 여성, 그리고 제3의 성인 남녀성이 있었다. 남성의 몸은 남성 두 사람이, 여성의 몸은 여성 두 사람, 남녀성은 남성과 여성이 등을 맞대고 붙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제우스가 이들을 달걀 자르듯이 절반으로 갈라 버렸다. 그 이후 사람들은 자신의 잃어버린 반쪽을 그리워하면서 살았다. 동성애는 그리스, 로마에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복이었고, 20세기 초반 프랑스 귀족사회에서도 유행하고 있었다. 푸르스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2권에 걸쳐 소돔과 고모라라는 제목으로 길고 자세하게 동성애를 서술한 것만 보더라도, 이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사랑이었다. 말리는 잘못된 삶을 산 것 아니다. 그저 자신의 잃어버린 반쪽이를 찾아다녔을 뿐이다.


말리는 Gambler였다. 손에 들어온 돈 만 있으면 도박의 세계를 기웃거렸다. 그에게 모든 세상은 확률이었다. 조개껍데기 안에 진주를 발견할 확률은 1만 2천 분의 1, 번개에 맞을 확률은 70만 분의 1, 육신이 죽은 후 영혼이 살아남을 확률은 0분의 1, 무 중의 하나. 그는 이렇게 말했다. "숭배할 가치가 있는 신은 둘 뿐이다. 우연과 전기." 그에게 우주는 수학과 확률이 전부였다. 그는 투자 대비 수익, 거는 돈 대비 따는 돈, 무슨 일이 일어날 확률 대비 그 비용. 그는 도박의 기초에 필요한 것을 배웠다. 그는 이길 수 없는 패에 절대 걸지 않았다. 그는 요행을 바라고 카지노를 드나든 것이 아니다. 그는 현실적이고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람이다. 어느 누가 그를 도박하는 피폐한 인간이라 비난할 수 있는가? 강원랜드에 쳐 박혀 몸과 영혼을 다 팔아 버린 불쌍한 인간이 아니다.


그는 사진 기자다. 스리랑카의 길고 어두운 현대사의 중심에 들어가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 대었다.  상할라족에 의한 타밀족 학살 사건, 스리랑카 정부의 반 체제인물들에 대한 살인, 납치, 고문 등 비인간적인 잔혹한 범죄. 타밀 반군과 상할라 정부와 극한 대립. 스리랑카 제1차 내전 1983년부터 1990 년까지의 주요 사건 속에 말리 알메이다의 카메라를 던져 넣었다. 25년간의 잔혹하고 비극적인 전쟁의 소용돌이 한가운데로 그를 밀어 넣었다. 그는 이쪽 편도 저쪽 편도 아니었다. 그저 프리랜서로 계약한 대로 사진을 찍어 건네주었다. 그에게는 타밀 족도 상할리 족도, 스리랑카 정부군도 타밀 반군도 관심 없었다. 잔혹한 전쟁의 참상만 셔터로 누를 푼이다. 그가 찍어대는 사진 속의 비극들이 세상에 드러날때, 전쟁을 멈출 수 있을 거라는 희망만이 그에게 있을 뿐이다. 그는 이중 첩자, 양쪽에 붙어 지내는 기회 주의자가 아니다. 이데올로기를 넘어선 사실과 진리를 퍼 담는 진정한 저널리스트였다.  



그는 살해당했다. 그러나 그는 왜 죽었는지 몰랐다. 그는 자기가 찍은 사진들을 어떻게든 공개하고 싶었다. 진실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말리의 영혼은 진을 담은 숨겨진 상자를 쫓아 끊임없이 흘러 다닌다. 그는 속삭이고 싶었다. 그가 사랑하는 Jaki와 DD에게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영혼은 육신을 가진 인간에게 속살일 수 없다. 그는 빛 The Light로 들어갈 것을 포기하고 Crow man이라는 주술사, 인간과 영혼을 연결하는 유일한 사람을 찾아간다. 마침내 그의 속삭임이 전달되고 사진은 전시된다.


그는 중간계 In Between에서 많은 사람을 만난다. 억울하고 이유 없이 고통받다 죽은 사람들의 영혼들이다. 7번의 달 Seven moons가 지나가기 전까지 세상을 머뭇거리는 망령들과 함께 지낸다. 그리고 그는 알았다. 저승도 좋지 않다는 걸. 이승과 똑같다는 걸. 아니 이승보다 더 나쁘다는 걸. 세상 사는 것이 힘들고 어렵고, 억울하고, 그리고 악의 구름들이 짙게 깔려 있어도, 여기는 그래도 저승보다 낮다는 사실을 그는 알게 되었다.


그는 말했다.

We must all find pointless cause to live for  or why bother you with breath? 우리는 잘 살기 위해 사소한 일을 소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어떻게 살아갈수 있습니까?
That is the kindest thing you can say about life. It's not nothing. 인생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닙니다. 이것이 인생에 관한 가장 친절한 말입니다.
Just Like There But Worse 저승은 이승과 비슷하다. 아니 더 나쁘다.


그래, 지금의 사소한 일상이 가장 소중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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