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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이화니 Aug 29. 2021

오늘 수업

2018년 봄날 수업시간

2학년 학생 여러분. 오늘 수업 너무 좋았습니다. 봄꽃 가득한, 꽃비 떨어지는 캠퍼스 벤치에서 들려준  여러분의 이야기 너무 즐거웠습니다.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감동받았습니다. 입이 닫히지 않았어요. 즐거운 웃음이 떠나지 않았어요. 가슴도 뭉클했어요. 


우리 옆 큰 벚나무에 피어있던 화사한 베이지 벚꽃들도 여러분 이야기 들었습니다. 연녹색 입사귀로 장식한 수수한 노랑 개나리들도 귀를  쫑긋 했습니다. 붉은색 수줍은 진달래도 목을 기다랗게 빼고 우리를 보았습니다. 봄바람도 그냥 갈 수 없었지요. 우리들 마음 이야기에 멈칫하며 그 주위를 서성 거렸지요.


여러분 청춘은 봄과 너무도 닮았다고 오늘 새삼 느꼈습니다. 까르르 웃는 진주 굴러가는 웃음소리를  누가 흉내 낼 수 있겠습니까? 가슴속에서 부풀어 터져 오르는 소망을 누가 누구러 뜨릴 수 있습니까? 바로 내 앞에 융단처럼 펴진 시간을 즐거히 사뿐사뿐 걷는 여러분의 걸음, 누가 흉내라도 내겠습니까? 봄은 분명 여러분의 시간, 여러분의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과제를 잘못 낸 것 같습니다. 오히려 여러분이 내게 그 과제를 내야 할 것 같아요. 여러분 행복과 즐김을 내가 좀 배워야 할 것 같아요. 맑은 시선으로 봄을 응시하는 여러분의 소망을 내가 배워야겠어요. 수업을 마치며 여러분에게 말했듯이, 오늘 여러분 생각 너무 잘 말해 주었어요. 여러분 생각 정말 멋지고 좋아요. 자기를 향한 칭찬과 배려 너무 좋아요. 여러분은 모두 가능성 있고 잠재력 있어요. 오늘 다시 알았어요. 여러분을 더 자세히 쳐다보아야겠어요.


이 봄에 우리 여기서 행복을 찾아 나서 봅시다. 봄비로 때로 꽃잎 떨어지고 여름 장맛비가 쏟아져 흔들거리고 힘들어져도 우리 그것 찾아 나서 봅시다. 동굴 속에서 스며들어 뻗쳐지는 찬란한 빛줄기를 만나듯이, 우리 행복을 여기서 만나며 살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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