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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이화니 Aug 30. 2021

모발 이식 수술

다른 얼굴로 살고싶다

K대에서 모발이식 수술했다. 과연 수술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이대로 사는 것도 불편할 것 없는데. 미풍에 가늘게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경계에서 주저하고 있던 나는, 아내와 딸의 당연하고 분명한 선택 앞에 압도되었다. 마취 주사 바늘은 하얗게 노출된 뒷머리 피부를 사정없이 아프게 찔러 댔다. 뻑뻑하게 굳어 버린 뒷머리 두피 쪽에서는 서걱서걱 칼로 도려 내어지는 서글픈 육체의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질긴 수술용 실이 분리된 피부를 힘차게 당겨 끌고 와 서로 묶고 단단히 조였다. 머리 피부에서 떼어져 버린 두피 모판은 이제 다른 사람에게 넘겨졌다. 그리고 옆방 모낭 분리실에 옮겨져, 하나하나로 분리되어 다른 곳에 심겨길 준비가 착실히 진행되고 있었다.


3,426개. 이것이 내 전두부 정수리에 심겨진  머리카락 개수이다. 뒷머리에서 쫓겨 나와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 이곳으로 강제로 이주당했다. 식목일 행사에 어린 묘목이 좌우 간격을 맞추어 줄 세워 땅에 심기듯이, 곧게 수직으로 간격 맞추어 4.5mm 깊이로 심겼다. 하나하나 심길 때마다 호찌끼스 꼽히는 소리와 함께 두피의 깊은 곳을 찔러댔다. 내 머리는 마취로 인해 그리고 새롭게 심긴 모발로 인해 철제 투구를 쓰고 있는 듯 무겁고 뻑뻑하고 감각이 없었다. 뒷머리는 꿰맨 실 때문에 팽팽하게 당겨졌고, 무거운 투구 탓에 고개 들기가 힘들다. 수술 직후부터 3일째까지 느껴지는 기분이다.


얼굴이 탱탱 부었다. 눈 뜨기도 불편하다. 부은 피부가 서로 땅겨져 오히려 주름살은 많이 없어졌다. 그리고 얼굴 분위기도 많이 바꿨다. 정수리 부분에는 먹 칠 하듯이 검정 모낭이 점점이 심겨 있었다. 이 덕분 인지 그래도 단정해지고 젊어진 것 같다. 수술 부위 전두부 감각이 없고,  뒷머리 절개 부분은 여전히 불편했지만, 달라질 모습에 기대를 걸었다.


사실 여태껏 난 얼굴에 너무 무관심하고 소홀했다. 조금 기분 나쁘다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 귀한  얼굴 구기며 살아왔다. 그래서 지금 온통 깊은 주름 투성이다. 잘못 늙어가는 노인의 얼굴이 되었다. 피부 약해서 주름 많다고 변명할 수 있지만 그건 거짓이다. 어쩌면 머리카락도 방탕한  생활 때문에 그렇게 다 뽑혀 버렸는지도 모른다. 다시 찾아올 수 없는 머리카락들. 안타깝고 후회스럽다.


이번에 나는 가장 가혹한 방법으로 나를 고쳐댔다. 엄청난 돈과 아픔과 시간을 투자하면서. 다른 사람 에겐 주어지기 힘든 기회를 제공받는 특혜를 누리면서. 왜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인가? 이 모발 이식은 나에게 새로운 변화던져 줄 있는가?


나는 좋은 얼굴, 편한 얼굴, 밝은 얼굴, 포근한 얼굴 그리고 자연스러운 얼굴로 다시 돌아가기를 희망한다. 이미 구겨져 버린 얼굴 피부, 그것들 재생하기 힘들지만, 새로운 얼굴로 다시 살고 싶다. 전두부에 이주해 온 3,426개의 머리카락들, 내 얼굴 다시 연출해 다오. 너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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