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너를 기다렸다. 작년에 철없는 아이가 네 머리를 꺾고 난 뒤 걱정 많이 했다. 여전히 똑같은 모습으로 피어 날 수 있을까? 창을 열어 너를 만나는 것은 큰 기쁨이다. 7월 어느 날, 네가 피어나는 것 보고 나도 모르게 소리 질렀다. 넌 올해도 한결 같이 나를 찾아주었구나. 어김없이 파란 줄기 끝에서 머리채를 풀어내며 솟아오르는구나. 폭염이 만물을 시들게 할 때, 너는 여린 노랑색 왕관을 쓰고 눈을 밝게 한다. 그리고 바람에 흔들 거리며 다가올 풍요를 노래 하구나. 사실 너를 만난 지 6년이 되었다. 헬스장에서 이틀에 한번 꼴로 너를 보아 왔다. 스트레칭하면서, 자전거 타고 큰 땀방울 식히며, 잠깐 쉬는 시간에 너를 본다. 차가운 겨울에 메말라 가는 네 몸도 보았고, 새 봄에 움트는 너의 연두와 짙어가는 초록도 보았다. 그리고 뜨거운 여름까지 기다려 화사한 네 머리를 본다. 넌 섣달 열흘 동안 연 노랑 잔치를 벌이 더구나. 네가 그 모자를 벗을 때면 이미 가을이 짙어 냉기가 가득하고, 또 한 해가 떠나간다. 난 네 이름을 모른다. 갈대처럼 생겼으니 여름 갈대라 부를게. 여름 갈대야, 네 뒤에 피어 있는 백일홍과 널 둘러싼 여름 꽃과 좋은 시간 보내라. 그리고 내 마음에 다가와 화사한 머리를 흔들어 다오. 행복한 노랑으로 물들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