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새가 지저귄다. 새벽 새는 바쁘다. 오늘을 올라오는 해가 어둠을 밀어내니 새들이 눈을 떴다. 아마도 새 아침 자기장의 밀도를 느끼는가 보다. 빛의 알갱이가 물결 파문처럼 원을 그리는 자기 궤적에 새들이 올라탔다. 그리고 눈을 비비고 눈꺼풀을 들어 올린다. 오늘따라 새 노랫소리가 경쾌하다. 소리가 바쁘다. 목청이 높다. 합창을 한다. 아니 누군가를 애타게 부르는 것 같다. 소리가 거칠게도 느껴진다. 오늘 아침은 그들에게 특별한 날인가? 알지 못할 새 일들이 오늘 벌이지는 건가?
새들의 전조. 새들은 기후 변화에 민감해서 예지 감각이 뛰어나다고 한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새를 신성시했다. 새의 머리를 한 사람을 그림에서 본 적이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하늘의 신 호로스(Horus)를 매의 머리 모양으로 그렸다고 한다. 조로아스터교에서도 인간 사체를 땅에 묻지 않고 높은 탑 위에 두어 새의 먹이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게 하지 않았던가? 오늘 하루가 기대된다. 우리가 알 수 없는 힘의 흐름을 이 작은 생명체가 노래하고 있는지 모른다. 새벽의 기운은 이렇게 그를 찾아오고 있다.
간밤에 비바람이 거칠게 불었다. 창문이 들썩 거리고 몹시도 시끄러웠다. 세찬 바람에 실려 다니는 빗방울들이 창을 콩 볶듯 두들겼다. 다다닥 거리는 거친 타악기에서 나오는 소리는 크기와 높이를 달리하면서 새로운 화음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바닷바람이 좁은 건물 공간을 통과하면서 만드는 큰 소리들이, 야생 동물의 울부짖는 소리처럼 쉿 쉿 거리며 들렸다.
사실 그가 사는 동네 바람은 대단하다. 하기야 여기는 옛날 같으면 거기가 바다가 아닌가? 수영강이 바다와 만나서 만드는 수영만을 매립해서 고층 건물을 세웠다. 그리고 거대한 도시를 만들어 냈다. 지금은 바다와 접해 있어서 더없이 좋은 풍광을 즐길 수 있고, 많은 사람이 평일에도 찾아드는 명물이 되었다, 저녁때 해변도로는 주차된 차량으로 만원이다. 일몰 즈음에 커피솦에 앉아 광안대로와 오륙도, 광안리 해변을 보는 풍경은 표현할 수 없는 장관이다. 시간이 그 자리에 멈추어 버린다. 그리고 마천루의 아름다운 조명은 이미 부산의 자랑거리가 되어 버렸다. 요트를 타는 사람을 매료시킨다. 홍콩의 야경을 압도한다고 그는 믿고 있다. 그러나 태풍이 부는 여름철이 되면 바람이 거칠다. 태평양의 뻥 뚫린 바다에서 거칠 것 없이 불어오는 바람에는 감당할 길이 없다. 요즈음은 건물 사이를 부는 바람을 고려한 내풍 설계를 해야 한다고 연구자들이 소리 내고 있고 연구도 속속 진행되고 있다. 언젠가 이 동네에 부는 바람에 대한 TV 인터뷰를 거리에서 요청받았다. 여러 가지 이유로 물론 거절했지만.
처음 이사 와서 태풍 부는 날, 아내와 나는 밤새 잠잘 수 없었다. 언젠가 우리 부부가 때풍 때문에 제주도에 묶여 나오지 못할 때, 큰 딸이 부산 집에 혼자 왔다가 비바람이 만드는 소리에 오들오들 떨었다 한다. 바람이 거칠게 불어대는 이 바닷가에 80층 아파트를 집단으로 세워 놓았으니 바다의 신이 때마다 광포해진다. 게다가 허락도 없이 자기 이름으로 아파트 세워 놓았으니 한 번씩 크게 화를 부릴만하다. 바람과 파도가 자유롭게 너울 거리며 춤추며 달리는 신들의 거리가 인간의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로 막혀 버렸다. 답답해진 대양의 신들이 거친 숨을 몰아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