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4일은 내 환갑 기념일이었다. 행복하고 즐겁고 감격했다. 아내와 딸들 너무 고맙다. 그는 그날의 긴 시간을 잊지 못한다. 언제나처럼 그는 그 시간 들을 적어 놓았다. 그는 걸음을 멈췄다.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노안이 심해 다초점 렌즈를 했지만, 요즘 들어 책을 많이 보았는지, 눈이 더 나빠진 것 같다. 렌즈를 바꾸어야 할 것 같다. 그는 안경을 벗었다. 그리고 그날의 아름다운 시간을 읽기 시작했다.
만 60회 생일, 환갑날 아침입니다. 보통날들과는 다른 특별한 날입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60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았습니다. 요즈음 건강이 좋아져 60 청년이라 하지만, 90세 인생 잡아도 삼분의 이가 지나갔습니다. 아프지 않고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한 75세를 기준하면 인생 80%가 지나갔습니다. 언제 세월이 이렇게 다가와 저 멀리 가 버렸는지 허망합니다. 세월은 화살촉 같다는 말도 실감 납니다. 만 60세, 이때부터 진짜 행복한 시간, 절정기라는 말 많이 들었습니다. 이제부터 남은 시간들은 보석 같은 아까운 시간이니, 놓치지 않고 즐기고 느껴야겠습니다.
아버지 회갑 맞이해 큰딸 일찌감치 수요일에 내려왔습니다. 힘든 의대 본과생 막내딸, 파김치가 되어 어젯밤 11시에 부산역에 도착했습니다. 잠 자 본지 오래되었다 합니다. 얼굴과 몸이 퉁퉁 부어 있습니다. 샤워 후에도 그 하얀 피부가 짙은 갈색으로 변해 있습니다. 큰딸이 일찍 내려와 분위기 뛰우며 정성 가득한 예쁜 꽃바구니 준비했습니다. 10만 원이나 된다 하니 고사리 같은 손으로 어렵게 번 돈이 너무 아까웠습니다.
바구니에 적혀 있는 멋진 축하 인사글, 깊은 감동입니다. 미래 대기자, 칼럼니스트의 언어 터치가 대단합니다. 깊은 아빠 사랑이 기자의 손을 거치니 소박하면서 빛나는 보석 글귀가 되었습니다. 케이크도 조선 호텔까지 가서 사 왔습니다.
아내는 며칠 전부터 물김치 담고 갈비 한다고 소란스럽습니다. 환갑 간단히 지내자고 음식 하지 말라는 내 잔소리 때문에 이 좋은 날 싸움날 뻔했습니다. 물김치부터 잡채, 해파리냉채 10가지 이상 하고 말았습니다.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어제 점심, 저녁 아내가 만든 반찬으로 얼마나 잘 먹었는지 모릅니다. 온몸이 반응하는 전율을 느끼며 잘 먹었습니다. 요리 솜씨가 너무 좋습니다.
아침 일찍 생일상이 차려졌습니다. 큰 식탁에 가득 찼습니다. 미역국, 해파리냉채, 갈비찜, 전복구이, 갈치구이, 잡채, 방풍나물, 콩나물, 마늘종, 가지볶음, 취나물, 물김치, 우리 가족이 함께 만든 김장 김치. 환갑잔치 수준입니다. 두 번 하라면 할 수도 없을 것 같군요. 자랑스러운 우리 두 딸이 함께 한 아침 식사 너무 좋았습니다. 여러 가지 반찬 맛있게 이것저것 골고루 먹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밥도 반 그릇밖에 먹지 못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이 무엇입니까? 사랑하는 가족이 함께 모여 나누는 것 아닙니까? 유학이다 직장이다 해서 떨어져 못 만나는 주변 사람 많이 보았습니다. 나는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점심은 중국집을 예약했습니다. 요리가 4개 나오는 코스요리를 주문했습니다. 맛이 좋았습니다. 사실 음식 보다도 작은딸 의대 실습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습니다. 귀를 쫑긋하고 들었습니다. 작은딸은 자기 주변 이야기를 시시 껄껄하게 말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큰딸과 정 반대입니다. 큰딸은 물어보지 않아도 입가에서 솔솔 흘러나와 아빠를 기쁘게 합니다. 작은딸 이야기 듣고 싶지만, 엄마 한데 조금 듣는 게 전부입니다. 오늘은 아빠 환갑날이라 상세하게 많이 말해 주네요. 외래 진료 이야기, 수술실에서 일어나는 보통 사람들이 듣지 못하는 이야기, 정형외과의 수술실 텐션. 수술 이후 근육 꽤 메기도 직접 했다 하네요. 무섭지도, 떨리지도 않았다 하네요. 너무 대견하고 흐뭇합니다. 자랑스러운 딸의 인생을 넘보는 것보다 큰 아빠의 기쁨이 있겠습니까?
해운대 중국집에서 걸어서 돌아오는 길에 산 아이스크림을 집에서 먹었습니다. 그리고 모두들 기절하듯이 쓰러져 잠들었습니다. 회갑 맞이 준비와 감정의 쏟음에 지쳤는가 봅니다. 공식 회갑 기념식을 5시에 하자 약속하고 스르르 모두 잠들어 버렸습니다.
6시가 되었습니다. 모두 다 눈을 뜨고 일어났습니다.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생일 축하 노래, 케이크 절단식, 회갑 기념 촬영, 선물, 카드 전달, 이것이 행사 내용이지요. 빵이 구워지고 수박과 오렌지가 접시에 올라왔습니다. 큰딸이 부산으로 어렵게 공수한 샴페인이 조심스레 잔에 옮겨집니다. 촬영을 위해 옷도 갈아입었습니다.
즐거운 대화로 분위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사실 나는 지금 이 시간이 가장 어렵습니다. 어떻게 감정을 나타내야 하나요? 별로 좋은 아빠도, 남편도 아닌 사람이 분에 넘치는 중심이 되는 시간. 어려운 시간입니다. 케이크가 잘리고 포도주 잔이 마주치고 축하 카드가 내 앞에 놓였습니다. 큰딸이 준비한 꽃바구니 리본을 풀라고 요청받았습니다. 그리고 옆으로 돌리니 그 안에 두툼한 푸른 봉투가 있었습니다. 엄청난 금액의 돈. 500만 원입니다. 큰딸이 아빠를 위해 준비한 선물입니다. 아직도 어린 딸이 힘들게 번 큰돈, 선뜻 내놓는 아이가 고맙습니다. 작은딸까지 동참했습니다. 아빠 60회 생일이라 60만 원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효녀들입니다. 진심으로 마음에서 나오는 사랑을 담았습니다. 이것은 그냥 돈이 아닙니다. 새 인생을 사는 아빠와 함께 하겠다는 약속의 메모입니다.
이제 저녁 10시가 다 되었습니다. 감동적인 하루가 지나갑니다. 며칠 동안 퍼올려진 감정이 지금도 나를 흥건하게 적시고 있습니다. 잘 살지 못해서 후회도 많고 아쉽지만 하나님께서 은혜로 인도하셨습니다. 분에 넘치는 사랑과 감동을 받고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아내와 우리 아이들 너무 고맙습니다. 최고로 사랑하고 관심 가져 주고 함께 했습니다. 자랑스럽게, 주변에서 부러워하는 아버지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시간을 겨우 겨우 메꾸는 사람이 허다 한데, 지나가는 시간을 느끼며 즐거움을 주신 가족과 주변이 너무 감사합니다.
올해 3월에 '환갑 새 마음'이라는 노트를 열었습니다. "환갑 이후, 나는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주제로 10페이지 넘게 쓰고 있습니다. 60세 이후 최고의 좋은 시간을 잘 살기 위해, 노력하고 실천해 보려고 합니다. 아침마다 생각하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제 2021년 4월 24일이 저물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간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아내와 우리 두 딸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의 눈가에 행복한 미소가 떠올랐다. 가족이 주는 사랑의 크기가 크고 깊었다. 깊은 마음의 언저리 까지, 가장 구석에 숨겨진 뇌 구석 세포에 까지 행복의 화학 자극이 전달되고 있었다. 환갑 전날, 우리의 잔치는 이미 시작되었다. 특별 주문한 케이크와 축하글, 너무 간단하며 단순하게 썼지만 너무 깊어서 거기에 빠져 들곤 했던 문구가 다시 떠오른다.
사랑하는 아빠
환갑 축하해요
우리 앞으로 더 행복해요
-Mes Petites -
♤♤아, ♧♧아. 고맙다. 아빠 사랑하고 좋아해 줘서 정말 고맙다. 환갑 맞는 아빠, 이렇게 즐겁게 해 주고 가슴 벅차게 해 줘서 고맙다. 바쁘고 힘든 시간 내서 멀리 까지 찾아오고 마음 다해 예쁘게 다가와서 너무 좋다. 세상의 가장 큰 행복에 마음이 벌써부터 움직이고 있구나. 나의 사랑스러운 까꿍이들, Mes Petites. 너희들이 오늘 건네준 사랑의 꽃바구니 노래처럼, 사랑하고 축하하고 행복하자. 세상에서 찾을 수 없는 모든 빛 All the light we can not see이 바로 여기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