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2021년은 특별하다. 환갑을 맞았다. 시간의 흐름을 이렇게 특별하게 경험한 적이 없다. 지금 까지 살아온 60년, 아내와 함께한 30년, 그리고 남아있는 30년. 출렁거리는 현수교 위를 걸어오듯, 아슬아슬하게 살아왔다. 때로는 그 다리 위에서 넘어졌고 겨우 일어 서기도 했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 꼼짝 못 하며 매달려 있을 때도 많았고, 바닥에 붙어 엉금엉금 기어갈 때도 있었다. 어떤 때는 다리 너머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에 반할 때도 있었고 행복의 비명도 지르곤 했다. 상쾌한 바다 바람을 맞으며 미래를 꿈꾸고 흔들리는 진동을 가슴으로 느끼며 감격하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때는 여기서 뛰어내려 저 아래로 한 없이 추락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인생의 길은 조용하고 평탄하고 잔잔한 것이 아니다. 내가 있는 바닥은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것이 아니다. 가만히 있지 않고 끊임없이 변하는 흔들리는 액체 위에 있다. 누가 액체 사회라고 했던가? 나는 그것과 함께 흔들리며, 내 마음의 흔들림까지 가세해 넘어 지기를 반복했다. 고유 주파수, 다리의 고유 주파수가 바람의 고유 주파수와 같아지면 다리는 붕괴한다. 그랬다. 살면서 얼마나 많은 추락의 순간들을 경험했던가?
그래도 60년을 버틴 게 장하다. 아내와 30년 살아온 것이 너무 대단하다. 남편으로 아무 준비 없이 막살아왔지만 이해하고 받아준 아내가 고맙다. 딸 둘 나아 좌충우돌하며 열심히 뛰어다니며 키워냈다. 아빠와 비교되지 않게 곱고 자랑스럽게 성장해 너무 고맙다. 세월의 출렁거림으로 나는 흔들 렸지만 하나님은 나를 지키시고 인도해 주셨다. 그는 지금 감사의 노래를 부르며 지나간 시간을 회상한다. "그래, 힘들었지만 좋은 시간이었어. 잃어버린 시간 많지만 너무 아까와할 필요는 없어. 내일이라는 시간이 있잖아. 잘 관리하면 30년도 살아 낼 수가 있어. 진짜 좋은 시간, 행복이 바로 눈앞에서 어른 거리고 있잖아. 그것을 잡아야 해. 꼭 잡고 말 거야."
그는 시를 좋아한다. 시를 읽고 싶었다. 작년에 킨들(Kindle)을 뒤지다가 2020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Louise Gluck을 찾았다. 예일 대학 교수다. 시인이다. 몇 차례 좋은 상도 받았지만 그래도 무명인 그녀가 노벨상을 수상했다. 한국에 출판된 그녀의 시집도 없었다. 류시화 시인이 자기 책에서 소개한 시 한 편 만이 세상에 나와 있을 뿐이다. 그녀의 시가 너무 좋다. 그녀는 일상이 행복이고 기도다. 들에 핀 꽃 한 송이도 기적이다. 떠오르는 태양과 저녁노을,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가 신비의 세상이다.
Snowdrops라는 시가 있다. 설강화라는 꽃이다. 꽃이 종 모양으로 아래로 향해 피어서 마치 눈이 내려앉은 모습과 비슷하다. 그래서 Snowdrops 라는 이름이 붙었다. 서양에서는 새해 첫날을 기념하는 꽃이라 한다. 겨울에도 꽃을 피우기도 하지만 주로 봄에 꽃을 피운다. 추운 계절을 지나, 절망의 어두움을 지나 새 봄을 맞는 꽃이다. Louise Gluck의 시 SNOWDROPS가 너무 좋다. 여기에 그 시를 써 보고 싶다.
SNOWDROPS
By Louise Gluck
Do you know what I was,
how I lived? You know
what despair is; then winter
should have meaning for you.
I did not expect to survive,
earth suppressing me.
I didn’t expect to waken again,
to feel in damp earth
my body able to respond again, remembering after so long
how to open again
in the cold light of earliest spring—
afraid, yes, but among you
again crying yes risk joy
in the raw wind of the new world.
그는 오늘 이렇게 노래한다. 아니 이렇게 기도하고 있다. 이 시구 마지막처럼.
새로운 세상(New World)에서 불어오는 처음 맞는 생경한 바람(Raw Wind)을 열심히 맞으며 살겠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직도 이른 봄, 아직도 여전히 차가운 빛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세상에 나가기가 두렵습니다. 하나님 저와 함께 해 주십시오. 선물로 주신 새 인생을, 설레는 두근거림으로 즐겁게(Risk joy) 엮어 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