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시험체가 완성됐다. 강원도 공장에서 제작되어 여기 부산까지 왔다. 우리는 이 콘크리트 덩어리를 목표하는 강한 시험체로 만들기 위해그의 몸을 그라인더로 수없이 찢고 그 속에 힘센 용병 탄소 섬유판을 매입하였다. 그리고 섬유판이 콘크리트와 완전한 부착 하여 합성 거동을 일으키게하기 위해 그 속에 강력한 접착체를 불어넣었다. 콘크리트 구체에 홈을 만들고 센서가 부착된 섬유판을 집어넣고 실링제를 발라 그 홈들을 막았다. 그리고 주사기를 많이 꼽아 놓았다. 다음날 실링제 경화가 끝난 뒤에 강력한 압력으로 에폭시를 주입하였다. 엄청나게 많은 주사기 꼽힌 콘크리트 덩어리. 이런 것 본 일 있는가? 27년 차 토목공학 교수인 나도 이런 기괴한 물제를 처음 보았다. 마치 온몸에 병 투성이인 사람이 수술대 위에서 찢기고 고쳐졌다. 그리고 새로 만들어진 몸에 영양을 공급하는 수 없이 많은 주사기가 꼽힌 사람처럼, 콘크리트 덩어리는 원기 회복하는 무생물체가 되었다.
이것들이 이제 며칠 있으면 구조 실험동 프레임 속으로 들어가 엑츄에이터가 공급하는 강한 힘을 받으며 성능이 시험될 것이다. 외과 의사의 수술이 끝난 이 콘크리트 덩이가 세상으로 나가기 전 성능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학교 직원도, 캠퍼스를 오르락 거리는 인근 마을 등산객 아저씨도, 그리고 신입생들을 실어 나르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기사분들도 이 신기한 콘크리트 덩어리 보며 신기해하고 물어보았다. 우리 건물 앞마당에 줄 맞추어 놓인 이것들이 푸른 하늘과 가을이 무르익고 있는 나무와 어울려 비싼 예술 조각품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이제 모든 실험 준비가 끝났다. 시험체들이 지게차에 실려 하나하나 저기 구조 실험실 프레임 속으로 들어가면 된다.
드디어 기준이 되는 콘크리트 시험 부재가 올려지기 시작했다. 이미 지게차로 실험 안으로들여 놓았다. 5톤 용량 크레인으로 들어 이것을 움직여 하중이 재하 되는 액츄에이터 중심부로 들여놓는 일이다. 사실 이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학생 한 명이 크레인을 타고 구조 프레임 상단 연결보를 풀었다. 크레인이 지나는 길을 쉽게 연 것이다. 안전이 걱정되어 나는 한참 동안 지켜보며 조심하라고 일렀다. 일단 콘크리트 부재가 자리 잡도록 크레인으로 엑추에이터가 있는 곳 가까이로 이동했다. 액츄에이터가 있는 곳은 프레임 철제에 막혀 있어 바로 밑으로 이동할 수 없다. 시험체가 작으면 시험체를 세팅하는 것이 어려움이 없지만, 이것은 너무 큰 구조물이라서 사람이 많아도 옮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레인으로 하중 포인트 가까이 붙여 놓고, 실험실에 있는 소형지게차로 들고 있다가, 반대 방향에서 크레인으로 줄을 당기며 시험체를 중심부로 이동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험체가 실물 모형이라 상하로 이동거리가 너무 작고 지게차의 팔도 짧아, 그리고 콘크리트 시험체 무게도 2톤이나 되니 정확히 하중 포인트 중심부에 세팅을 할 수 없었다. 우리 실험실 멤버 모두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준비하고 힘들여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굵은 땀에 실망의 빛이 감돌았다. 이제부터 매번 실험할 때마다 지게차를 불러야 한다. 들어가지 않아야할 비용이 추가되었다. 그런데 지게차가 들어온다 해도 과연 정확히 놓을 수 있을까 의문이었다. 실망과 힘들어 지친 눈빛의 학생들을 데리고 식당에 갔다.
삼겹살에 소주와 막걸리를 마셨다. 이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운 눈빛만 교환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날 밤 잠도 자지 못했다. 아니 그날부터 불면의 밤이 시작되었다. 기계 문제를 해결하니 그것을 세팅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두려움 속으로 밀려 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