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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점이 잡히지 않는다

by 동이화니

주말이 지나고 다시 새 주가 되었다. 지게차를 불렀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수소문했고 적당한 가격으로 흥정도 했다. 적어도 7번 콘크리트 시험체를 넣고 빼고 이동해야 하니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 실험 콘크리트 부재를 정확한 위치에 자리 잡는데 40년 지게차 경력 아저씨도 1시간 이상 땀 흘리며 겨우 끝냈다. 해야 할 전체 회수를 계산해 주니 선금으로 드리니 오늘 것만 받겠다 했다. 그리고 한마디 했다. "다음부터는 못하겠는데요."


실험이 시작될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다.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 길고 긴 싸움이었다. 이제 별문제 없이 5번의 실험을 계속하면 된다. 새로운 태양이 밝아오는 듯했다. 어두운 구름이 걷힐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어제 데이터로거 구매 회사 직원을 불렀다. 처짐을 측정하는데 지금 까지는 눈으로 다이얼을 눈으로 보고 종이에 적어 기록하였다. 데이터로거로 연결하면 간단한 것이 아닌가? 데이터로거로 연결할 단자도 만들어야 해서 다시 그분이 방문한 것이다. 아니, 그런데 이분, 한 채널에 스트레인 게이지와 다이얼 게이지 두 개를 같이 연결해 놓고 안 된다고 무려 4시간 이상을 소비했다. 어쨌든 고생 끝에 끝에 센서 세팅이 끝났다. 발자국을 한 발자국 디딜 때마다 지뢰는 터지고 만다. 우리 실험은 지뢰밭 속에 들어가 있었다. 그래서 수시로 터진다. 내일은 과연 무사히 잘 될 수 있나? 순조로운 좋은 길이 우리에게 열릴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그랬다. 커다란 지뢰가 터졌다. 지금까지 어떤 것 보다 큰, 근본적인 문제가 터졌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실험을 막 시작하려는 순간이었다. 시험기 제어판을 보다가 이상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하중 초기치가 20톤을 기리 키고 있었다. 실험은 중지되었다. 마치 나로호가 발사되기 직전 문제가 발생하여 카운트다운이 정지되듯이. 처음에는 큰 문제가 아닌 듯했다. 프로그램 내에서 하중 0점을 맞추면 쉽게 해결될 줄 알았다. 실험을 돕고 있는 제자인 P부장이 액츄에이터 동작 프로그램을 자세히 뜯어보기 시작했다. 어디에도 하중을 0으로 맞출 수가 없었다.


기계를 구입한 S사 담당부장에게 전화했다. 그는 이 문제는 해결할 수가 없다고 했다. 제어기를 교체하지 않는 다면. 노후화된 보드 내 어느 반도체 칩에 이상이 있을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자기 능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했다. 얼마나 무 성의 한 대답인가? 기계는 멀쩡한데 초기치를 0으로 맞출 수 없다니! 답답하고 어이가 없었다. 이 기계는 50톤 용량이다. 그런데 예전 실험할 때 확인한 바로는 쓸 수 있는 최대치는 34톤 까지 였다. 일반적으로 용량의 80%를 생각하면 40톤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초기치가 20톤으로 시작하니 최대 35톤 까지 힘을 가해도 우리는 15톤 밖에 여유가 없다. 시험체가 전혀 깨지지 않는다. 게다가 이 탄소판의 보강 효과를 봐야 하는데 이렇게 된다면 실험은 완전 불가능이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실험은 할 수가 없다.


오후에 또다시 기계 제작사에 전화했다. 거의 싸웠다. "왜 안되느냐? 너희가 해결해 줄 의무가 있지 않느냐? 20년 전에 거의 2억 원을 투자해 구조 실험실 기계를 당신 회사에서 구입했는데, 그럴 수 있느냐? 무조건 해결해 달라. 만약 안 된다면 다른 기기를 대여해 주는 방식으로라도 해 달라." 아무 소용이 없었다. 무책임한 불성실한 답변만 들려왔다. 이 기계를 구매할 때 그 시장은 일선에서 물러나고 그분 아들이 사장을 하고 있다. 우리가 상대했던 옛 사장이 연락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루가 지났다. 잠을 자기도 힘들었다. 가수면의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만약 실험이 안되면 어떻게 할까? 후배 교수가 있는 Y대에 부탁해 보자. 자체 실험 스케줄이 없을 때 실험할 수 있을지 부탁해 보자. 막상 OK를 한다 해도 보통일이 아니다. 이 실물 사이즈 시험체를 세팅하기도 어렵고, 하중 재하 방식을 똑 같이 하려면 액세서리 강판을 제작하여 볼트로 체결해야 하는데 그 실험기기 상태가 어떤지 알 수도 없다. 우리 기기가 아니니 그 대학 연구교수가 오퍼레이팅을 해야 하고, 나와 우리 학생들이 계속 머물고 있어야 한다. 콘크리트 시험체를 이동하는 것만 해도 어렵다. 10톤 차에 지게차.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새로운 문제의 발생. 실험 그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사로 잡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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