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과 야경이 끝내주게 기억이 남는 곳.
22살, 한 달 동안 유럽여행을 홀로 떠났었다. 영국, 아일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4개국과 런던, 에든버러, 더블린, 마드리드, 그라나다, 세비아, 바르셀로나, 로마, 피렌체의 9개 도시. 한 달 동안의 긴 여정이었지만 한 도시에 며칠씩 머물렀기에 나의 유럽여행은 더 길게 느껴졌다. 홀로 여행을 다니기도, 동행을 구해 다니기도 했지만 그중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의 야경이 너무나도 보고 싶어 동행을 구하던 중 정말 좋은 동행분을 만나 하루를 함께 다녔다.
그라나다의 34가 넘는 뜨거운 날씨와 곳곳에 있는 고도의 전망대를 오르며 지쳤던 우리는 전망대를 내려와 바로 보이는 음식점에서 배부르게 먹고 마셨고 어느덧 밤 9시경이 되자 점점 노을이 지는 것이 보였다. 유럽의 여름은 해가 밤 9시경에 지기 시작하기 때문에 우리는 서둘러 니콜라스 전망대로 향했다.
우리를 맞이한 것은 낯의 뜨거운 햇살이 아닌 어둑해지는 거리 속 포근한 가로수 불빛이었고 우리가 마주한 것은 어두워진 하늘 속 붉게 빛나기 시작하는 알람브라 궁전이었다.
우리는 한참을 전망대에 걸터앉아 알람브라 궁전을 바라보았다.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다.
나는 말했다.
“이렇게 밤에 알람브라 궁전을 바라보니 왜 그라나다의 마지막 왕이 정복을 당했을 때 이 궁전을 다시는 못 본다는 사실이 가장 슬프다고 말한 것이 이해가 가네요.'
“그러게요, 정말 아름답네요”
그렇게 한참을 앉아있었을까, 동행은 나에게 말했다.
“이런 알람브라 궁전을 보니까 갑자기 생각나는 말이 있네요, 정말 뜬금없을 수도 있겠지만 윤 식당에서 윤여정이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나는 노을 지는 것이 싫다, 그것은 마치 떠나가는 사람의 뒷모습 같기 때문이다’라고요. 또 알쓸신잡에서 한 작가는 ‘나는 노을 지는 것이 좋다, 해가 진 후 30분간의 여운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다. 해가 지는 것과 같이 언젠가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나게 되었을 때 30분이라도 누군가에게 여운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요. 저는 노을을 보면서 그저 아름답다고만 생각했었죠. 하지만 같은 노을을 보며 다른 생각을 했다는 그것 자체가 너무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그 후로 앞으로 어떤 광경이나 무슨 일이 닥쳤을 때 조금이라도 더 느껴보려고 노력을 했어요. 지금 딱 그 상황인 것 같아요. 정말 아름다워요. 저는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을 보고 있는데 아무리 좋은 카메라로도 이 장면을 담을 수는 없다고 봐요. 눈으로 담아야죠. 눈이 세상 최고의 렌즈니 까요 ‘
우리는 또 한참을 앉아 알람브라 궁전을 바라보았다.
" 저 하늘의 별이 참 아름답네요. 옛날에는 더 밝고 많이 보였겠죠? 알람브라 궁전의 조명이 없었을 때의 야경은 어떤 느낌이었을까요? 어쩌면 횃불이 성 곳곳에 놓여 적으로부터의 침입을 감시하고 어쩌면 그 불빛이 그 옛날 캄캄한 그라나다의 시민들이 유일하게 밤에 이동할 수 있는 감사한 불빛이었을지도 몰라요. 저는 알람브라 궁전을 바라보면 마치 저것은 땅에서 솟아 오른 느낌이 들어요. 푹 솟아 절벽에 자리 잡은 요새... 마치 저곳에는 홀로 누군가 쓸쓸하게 살고 있을 것만 같아요... 뭔가 외로운 느낌이에요. 저 알람브라 궁전이 몇 세기를 걸쳐 완공되었고 또 어떤 아픔이 있고 후세에 이렇게 알려져 전 세계에서 보러 온다는 것이.. 뭔가 저는 슬퍼요. 그냥 슬프네요. "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러네요.. 아름답지만 슬픈 사연이 있는 알람브라 궁전.. 우리 오늘 많은 것을 느끼고 가네요. "
종종 삶이 지루하고 좀처럼 흥미가 없을 때 유럽여행 사진을 꺼내보곤 한다. 벌써 5년이 지났지만 사진을 보면 생생히 기억난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을 뽑아보라면 나는 스페인의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 야경이라 말할 것이다. 다음에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