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져 가는 날씨에 어느 봄날의 기억을 되새기며
22.4.7
이번 봄, 코로나로 우리 집은 2주간 일상이 멈추었었다. 코로나 대 유행 근 3년 만에 동생이 처음 코로나에 걸려서 비상사태를 맞은 이후로 2주 후 찾아온 언니의 격리생활과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후 아빠의 감염, 그리고 나 그리고 엄마까지, 우리 집은 집에서 빨래를 하든, 음식을 하든 전혀 하지 못한 채 일상이 멈추었다.
어느 날 갑자기 아빠는 몸이 이상하다며 다음날 그렇게 받기 싫어하던 코로나 검사를 혼자 받고 와서는 '양성'이라는 카톡 글과 함께 혼자 격리생활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거실에 떡하니 앉아 답답한 방에는 못 들어가겠다 하시면서 역격리를 주장한 아빠 덕에 결국 코로나에 걸렸던 언니와 동생 방에 엄마가 돌아가면서 자게 되었고 병원에 출근하는 나는 따로 자게 되었다. 하지만 4일 뒤 나 또한 퇴근 후 밤 9시부터인가, 목이 근질거리면서 '그 녀석이 찾아왔다' 생각이 들고서는 땀을 한 바가지 흘리며 새벽에 운영 간호사 선생님과 전화통화 후 '양성'이라는 진단서를 받고 4일째 격리 중에 3일 뒤 엄마 또한 몸이 이상하다며 그다음 날 검사를 받고 결국 격리되었다. 아무튼 격리 4일째, 나와 엄마는 우리 집 대장님인 아빠의 격리 해제와 함께 온 집안의 소독을 위해 집 밖에 나와 아파트 옥상 계단에 앉아 작은 창문 밖으로 보이는 따스한 햇살과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벚꽃이 휘날리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곤 엄마에게 '엄마, 엄마가 속세와 떨어져 사는 1주일의 마지막 잎새야'라는 말과 함께 콩 쥐어 박혔지만.
사실 코로나 때문에 아픈 게 너무 억울했다. 때마침 격리된 주에 부산에서 장거리 연애하고 있는 남자 친구와의 벚꽃 기행이 예정되어있었고 사실 행정고시 1차 시험 끝나고 제대로 쉬어본 적이 있으려나 생각해보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3일째까지 열이 펄펄 끓어 마치 사우나에 온양 땀을 쫙뺀 나는 4일째 된 날 으슥 으슥 춥고 숨이 답답한 증상이 있었다. 괜히 의료인 아니랄까 봐, 늘 엄마가 하는 말처럼 얕게 알면 별의별 생각을 다 한다고, 무서운 상상이 떠오르면서 더 불안해지고 숨이 가빠져서 결국 나는 대면진료를 받기 위해 근처에 있는 내과로 향했다. 격리 중이었던 4일 사이에 날씨가 굉장히 많이 달라져있었다. 4일 전 코트에 패딩까지 입었었는데 날은 언제 추웠나 싶을 정도로 무척이나 따뜻했다.
진료를 보고 난 후 심전도와 심초음파까지 찍어본 나는 '완벽한 정상' 이라며 아무 문제없다는 굉장히 유쾌한 의사 선생님의 대답에 안심한 나는 집으로 가는 택시를 잡기 위해 앱을 켰다. 카카오 택시는 바로 잡혔고 대략 3분 정도 걸린다는 소식에 길에 있는 화단 난간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신호가 걸리는지 10분 정도 지체가 되었다. 그 와중에 빈 택시는 왜 그렇게 많이 지나가는지. 빈 택시를 잡으려다가 그냥 오래간만에 맞이한 바깥세상이 좋아서 그냥 기다렸다.
그리고 도착한 택시. 차에 타서 '안녕하세요',라고 하니 기사님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때 기사님은 황급히 종이 팻말 같은 것을 찾더니 '****번 택시 예약자분 맞으신가요'라고 써진 팻말을 보여주신다. 청각장애인분이가 싶어 고개를 끄덕였고 그분도 또다시 팻말을 넘기며 의사소통 후 운전을 시작하셨다. 그리고 바로 앞 좌석에 부착된 안내문.
'이 차량은 청각장애인이 운행하는 택시입니다. 소리는 들리지만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기 때문에 문의사항 있으면 기사님 어깨를 살~짝 두드려주세요. 휴대폰을 향해 크고 또박또박하게 말씀해주세요. 혹은 메도 써주세요. 감사합니다'
벚꽃 맛집에 거주하는 덕에 오래간만에 외출 동안 벚꽃을 구경하는 사람 구경을 실컷 했다. 평소 같으면 5분 거리를 15분을 택시에 있으면서 나 또한 벚꽃구경을 했다. 내비게이션은 한강의 벚꽃길로 가리켰고 차와 인파가 굉장히 많은 그 사이를 기사님의 택시는 천천히 달렸다. 차가 잠깐 멈추었을 때, 내가 바라본 벚꽃을 바라보는 기사님의 눈이 참 맑았던 것 같다. 어쩌면 세상을 잘 듣지 못해도, 다른 사람과 말로 대화를 하지는 못해도 그만큼 더 눈으로 나보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많은 것을 담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기사님은 내비게이션을 가리키며 차가 많이 막혀 아래에 지하통로로 갔어야 하는데 라는 손짓을 하시는 것 같았다. 인터넷을 켜 수화로 감사합니다를 쳐봤더니 유명한 아이돌이 청각장애인 택시를 이용했던 일화의 동영상을 캡처한 사진이 나왔다. 그리고 택시에서 내릴 때 용기 내어 수화로 감사합니다를 표시했고 기사님도 웃으면서 수화를 해주셨다.
비록 내가 도착지를 아파트 단지의 끝에 위치시키는 바람에 조금 더 걸어야 했지만 덕분에 나는 올해 못 볼 뻔했던 벚꽃을 창문을 활짝 열고, 그것도 뒷좌석에서 천천히 감상했다. 그리고 걸어오는 그 벚꽃길에 예전에 엄마와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엄마, 벚꽃은 질 때보다 떨어졌을 때 더 아름다운 것 같아'
'왜'
'떨어질 때 목련 같은 꽃은 시든 채로 떨어져서 밟히면 더 보기 싫은데 벚꽃은 바람이 불어 그대로 떨어지면 마치 길에 붓으로 길에 톡톡 두드려서 무늬를 입혀준 것 같아.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나는 그래서 사실 벚꽃축제에 가면 자주 땅을 보고 걸었었어. 벚꽃은 떨어졌을 때 가장 아름다운 법이지.'
격리가 이틀이 남은 지금 주말이 지나고 나서도 벚꽃이 환하게 펴있었으면 좋겠다. 따뜻한 바람에 지는 꽃잎을 더 오래 볼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사람들이 아름답게 흔들리는 벚꽃나무와의 추억만을 떠올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길에 수놓은 떨어진 벚꽃잎 길이 진짜 꽃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설렘을 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