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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날 Jan 06. 2023

하찮은 습관일지라도

습관은 자존감이다

하찮은 습관에 대한 이야기다. 누군가는 이미 실행하고 있고, 또 누군가는 하고 있는지 조차 자각 하지 못하는 별거 아닌 습관들. 명색이 새해 새날이니 그럴싸한 습관 하나쯤 적고 싶지만 난 대수롭지 않은 이 습관이 꽤나 마음에 든다


그야말로 사소한 습관 5가지.


- 아침에 일어나면 끈끈이로 침대시트를 돌돌 밀어 먼지를 떼어내고 이부자리 정리를 한다.
- 저녁 주방 마감 시 싱크대 거름망을 닦고 뜨거운 물로 소독한다.
- 샤워 후 스퀴지로 욕실 바닥과 벽면을 박박 밀어 타일에 남은 물기를 제거한다.
- 현관에는 슬리퍼, 자주 신는 신발 총 4개를 넘지 않게 두고 하루 한 번 가볍게 바닥을 닦는다.
- 세탁 후 드럼세탁기 문과 고무패킹, 세제통 물기를 닦고 열어둔다.


너무 시시한 습관이라 적잖이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토록 별거 아닌 습관이 몸에 익은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다.

부끄럽게도 난 침대 이불속에서 몸만 빠져나와 출근했다가 퇴근 후 그대로 들어가는 사람이었고,

싱크대 거름망은 늘 엉망이라 닦느니 차라리 교체하는 게 낫겠다 싶어 새로 구입하길 여러 차례 했다.

스퀴지라는 물건은 있는 줄도 몰랐고, 세 식구 사는 집 현관엔 늘 신발이 겹겹이 쌓여있었다.

세탁기는 또 어떤가? 막판에는 곰팡이까지 생겨 빨래를 해도 쿰쿰한 냄새가 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그러니 나에게 이 다섯 가지 습관은 하찮긴 하나 결코 만만치는 않은 습관이었다.






언젠가 TV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정선희 개그우먼이 출연한 적이 있다. 그녀는 매일 세 줄 일기를 쓰며 내일 할 일을 적었다고 한다. 방송일이 뜸해져 집에만 있는 시간이 많았던 시기에 쓰레기 버리기를 다음날 계획으로 적고 실행하니, 자기는 단순히 쓰레기를 버린 사람이 아니라 '쓰레기를 버리기로 한 계획을 실천한 사람'이 돼 있더란다. 그때 성취감과 일상의 소중함을 많이 느꼈다고.


16년 직장생활을 끝내고 전업주부가 되어보니 살림에서 성취감을 느낀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구나 매일 깨닫는 하루였다. 그래도 일터에서는 맡은 업무에 따라 일정량의 피드백이 오가며 때때로 칭찬이나 격려 한마디가 곁들여져 뿌듯함도 느끼곤 했는데, 집안일이라는 것은 누군가 조용하게 보내는 격려는 알아챌 수 없고, 요란스러운 칭찬 따위는 아예 없으니 내 성취감은 내가 찾아야 하는구나 깨닫는 중이었다.


그래서 탄생한 하찮은 습관들이다. 어찌 보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 하루쯤 건너 띄어도 아무 문제없는 시시한 일을 매일매일 반복하며 습관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하찮은 습관이 차곡차곡 쌓여 점점 난 계획을 실행하는 괜찮은 사람이 되어가는 중이다(라고 믿고 있다)



                 정리된 이부자리와 현관(&고영희씨)




습관은 자존감이다.
당신은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이
되어 가고 있는가?

              제임스 클리어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중에서




하찮다 외면하지 말고 작은 습관부터 계획하고 쌓아나가 보자. 그러면 나는 계획을 실천하는 사람, 좋은 습관을 하나 더 가진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

새해라고 영어공부, 자격증 따기, 금주, 금연 같은 거창한 계획만 세우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2023년도에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미지근한 물 한잔 마시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 되려고 한다.

이보다 더 하찮고 시시할 순 없다.



덧. 있어 보이는 글쓰기 습관도 만드는 중이다. 이건 결코 하찮지 않다. 사치스럽고 그럴싸한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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