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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새날 May 19. 2023

생각이 많은 사람이란 착각

1-2.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나요? -ep.1


한 때 정말 생각이 너무 많아서 '생각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싶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20대 중반부터 후반까지, 5~6년 정도는 더 심하게 그런 생각을 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저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수학강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오로지 한 길만 팠습니다. 많은 분들이 '수학교사가 아니라 왜 수학강사가 되고 싶었을까?' 궁금해하실 것도 같네요. 그건 정말 단순하게도 교사보다는 강사가 훨씬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교무실에서 잡무를 보지 않아도 되고, 능력이 인정되면 보다 더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수학강사를 꿈꿨습니다. 그런데 현실에 나와보니 방학 동안 일을 하지 않아도 월급을 받는 교사의 삶도 꽤나 괜찮아 보이더군요. 예상치 못한 부분입니다.


아무튼 무조건 수학강사가 되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수학과에 진학했고, 특별한 자격증이 없어도 되는 일이라 별 탈 없이 수학강사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강사가 되어 학생들을 만나 수학문제를 풀고 개념설명을 해주는 일은 생각만큼 할만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답니다. 제가 수학문제를 푸는 일을 그다지 즐기지 않았다는 거예요. 디테일하게 이야기하자면 '삼각비와 삼각함수'나 '로그와 로그함수' 같은 특정한 부분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라도 좋아하는 부분이 있으니 수학강사를 했겠죠?) 그렇다 보니 다른 단원의 킬러문항을 푸는 일은, 그리고 그것을 학생들에게 이해가 될 때까지 설명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스스로 '강사로서의 자질'에 대해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어려운 문제를 잘 풀지 못하는 내가 수학강사로 살아도 될까'

'그럼에도 꾸준하게 연습하지 않는 나에게 과연 자질이 있을까'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될 만한 삶을 살고 있는 걸까'


아이들과 함께하며 강사로 지내는 것은 즐거웠습니다. 조금 더 보탬이 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며 문제를 풀 수 있게 하기 위해 수업방식을 연구하며 ‘자기주도학습’과 ‘교육학’과 관련된 책을 읽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특정한 기간 동안 빠르게 성적을 올려야 하는 사회적인 환경 속에서 ‘진정한 성장’이란 명목하에 천천히 진행되는 수업을 고집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 때문에 “과연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란 질문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스스로를 작게 만드는 수많은 질문 앞에서 자신감은 한없이 쪼그라들었고, 저는 다른 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도망'인 것 같습니다. '수학강사로서의 자질'과 '앞으로 강사로 살기 위해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한 답을 제대로 내지 못한 채, 어린 시절부터 미련이 가득했던 '그림작가'의 꿈을 키워보기로 했습니다.


손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SNS를 통해 순조롭게 나아가는 듯했지만 그 과정에서도 수많은 생각들이 오갔습니다. '왜 나는 진작에 이 길을 걷지 않았을까', '부모님은 왜 나의 길을 반대했을까'


이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동안 제가 해왔던 것은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이제껏 가졌던 질문과 생각들은 방황하던 시기에 겪었던 불안감이었을 뿐이었습니다. 스스로가 처해있는 못난 상황에서 괴로움을 느끼는 중이었습니다.


'내가 수학강사로 살아도 될까'

'나에게 과연 자질이 있을까'

'나는 잘 될 수 있을까?'


잘 들여다보니 더 이상 수학강사 생활을 하고 싶지 않다는 답을 내놓은 채, 그 답을 뒷받침하기 위한 증거들을 찾아다녔던 겁니다. 어떻게든 해내겠다는 다짐으로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면 저런 생각들은 하지 않았을 겁니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한 생각을 하고 삶을 살며 이런저런 노력들을 했을 겁니다. “어떻게 하면 더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천천히 생각하며 진행하는 방식과 현실에 놓인 상황 사이에서 타협하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며 더 나은 답을 찾아냈을 겁니다.





다시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결심을 하기 전에는 지금 방황하는 것이 내 탓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래야 서른을 앞둔 나이에 아무것도 이뤄낸 것이 없는 '나'가 이해될 것 같았거든요. 그러다 스스로를 혼란스럽게만 만드는 그 감정들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어느 순간부터는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으며 살기로 했습니다. 쉬고 싶으면 쉬고,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돈을 쓰고 싶은 날엔 쓰며 '생각대로 되지 않는'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즐긴다'는 합리화로 스스로를 위안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다 서른 중반이 되어서야 깨달았습니다. 이제껏 제가 해왔던 것들은 '생각'이 아니라는 것을요.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스스로에 대한 불신, 낮아진 자존감, 잘 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질투, 그럼에도 자꾸만 떠오르는 욕심과 같은 부정적인 생각들을 '진정한 생각'이라 여겼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이 아니라 감정이었을 뿐이었습니다.


혹시 생각다운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나요?

작은 생각들이 모여 결정체를 만들고 그 결정체들이 모여 새로운 길을 만들고, 또 다른 길을 만들며 삶에서 무언가가 '변했다'라고 느껴질 만한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나요?


삶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채 이전과 똑같은 생각과 나날들을 반복하며 지내고 있지는 않나요? 그러면서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 탈이야'라며 생각하기를 피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그렇다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생각들이 스스로의 성장과 변화를 위한 것인지, 합리화와 자기 위안을 위한 것인지 들여다봐야 할 때입니다. 그러지 않고 회피했던 저는 '시간'이라는 더 큰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점점 더 신경 쓰게 되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질문 속에 답이 있다.


많이 들어본 문장이지요? 저도 어렸을 적부터 들어왔던 이야기지만 요즘만큼 저 한 문장 속의 이야기가 마음속 깊이 와닿았던 때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한동안 잊고 살던 이 문장은 짐 퀵의 <마지막 몰입>이란 책에서 다시 발견했습니다. 질문을 잘해야 하는 이유와 함께 말입니다.


우리의 뇌는 부피와 무게에 비해 가장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기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효율성’을 참 중요하게 여깁니다. 무엇을 하든 가능하면 에너지를 적게 쓰기 위해 노력합니다. 여러 번 반복하는 행동과 같은 습관을 아무런 생각 없이 계속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스스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들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게 해 줍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만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말이죠. 관심을 두는 것에는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그렇지 않은 것들은 걸러내 보이지 않도록 만들어 줍니다. 이러한 시스템을 ‘망상체 활성계’라고 합니다. 정보들을 걸러내는 망상체 활성계는 실제로도 뇌 속에서 그물처럼 넓게 분포되어 있어서 ‘그물구성체’라고도 불립니다.


이러한 망상체 활성계 때문에 우리는 생각하려는 것들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집중하려 하지 않는 것은 영영 신경 쓰지 않게도 되는 겁니다. 질문을 잘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생각을 시작하고 질문을 던지는 순간, 우리의 뇌는 그 질문에 맞는 답을 찾기 위해 정보들을 거르기 시작합니다.


‘수학 강사로 살아도 괜찮은 걸까? 나는 자질이 있을까?’, ‘과연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 나는 그림을 그려서 성공할 수 있을까?‘란 질문에는 어떠한 답이 따라 나올까요? 저는 그렇게 질문하는 대신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질문해야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수학강사로 살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성공한 그림 작가가 되기 위해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질문했더라면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정말 한 발짝 더 나아가 괜찮은 사람이 되었을 겁니다.


당신은 평소에 어떤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인가요?

혹시 예전의 저처럼 답이 없는 질문들만 하고 있는 건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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