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역에서

by 재발견생활







기수역에서

재발견생활








강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에선

넓은 세상 가고픈 이는 흐르는 대로

고향이 그리운 이는 흐름을 거슬러

서로 다른 삶의 농도를 주거니 받거니


사랑을 배운 적 없다는 이에게서

결혼 날짜 잡았다는 소식을 듣기도 하고

한 시절 인연에 대해 조금 더 보탠 영웅담과

쓸쓸한 뒷이야기를 마저 듣기도 하고


퍼줄 만큼 다 퍼준 태양이

수평선 너머 누울 때

연민으로 미어지는 바다를 보면서도

탁류를 거르고 걸러

투명이 되어 그곳에 가고 싶다는

중년의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우물쭈물 갈 곳 잃은 날이면

출근 시간 신도림역 같은 그곳으로

삶이라는 필터를 지나는 동안

이야기가 두둑해진 이들이

길 없는 곳에서 툭툭 모래를 털고

너울너울 걸어가는 모습을 보러 간다










*기수역(汽水域) : 강어귀와 같이 민물과 바닷물이 서로 섞이는 구역.












기수역에서.jpg 기수역에서 손글씨일러스트 - 재발견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