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무너지고
살아갈 방법을
도무지 찾을 수 없는
그런 날이 오더라도
작은 책 하나
놓인 자리에
연둣빛 싹이 나서
잎이 나서
맙소사
동그란 열매가 나요
한 아이가 우연히
이 열매를 먹고는
밑도 끝도 없이
한번 해보자
불끈 용기가 나요
기운이 솟아요
그 아이 얼굴 떠올리고는
농부는 바보같이 혼자
빙긋 웃으면서
씨앗 같은 글자를
종이 밭에 꾹꾹 눌러
한 줄 한 줄 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