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수술을 앞두고 있어서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이 요즘 일입니다. 앉아서 하던 일을 잠시 미루어 놓고 운동과 식이조절을 하고 있답니다. 괜찮아 괜찮아 달려보자 해도, 몸은 정확히 쉴 때를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 안녕하지 못했구나. 내 몸이 하는 이야기를 모두 들어줘야겠다. 너무 오랫동안 밖을 향해 있었나 보다, 합니다.
맨발 공원에 가려고 집을 나섰습니다. 횡단보도 앞에서 초록불을 기다립니다. 맞은편에 한 열 살쯤 돼 보이는 아이가 내 쪽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분명 나밖에 없습니다.
'누구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얼굴을 가늠해 봅니다. 모르는 얼굴입니다.
신호가 바뀌고 길을 건넙니다. 아이가 뛰어옵니다.
"안녕하세요?"
가까이 보니 알겠습니다. 정말 모르는 아이라는걸요.
"날 아니?"
"아뇨, 몰라요. 그냥 인사한 거예요."
"어. 어. 안, 안녕."
맙소사. 그냥 '안녕!'이라고 인사하면 될 것을 나를 아냐고 신원확인부터 하다니. 이렇게 팍팍한 어른이 되었구나. 투 스텝으로 해맑게 걸어가는 아이 뒷모습을 보니 그냥 민망합니다.
문득 어릴 적 내 얼굴이 겹쳐 보입니다. 동네에서 아는 어른이든 모르는 어른이든 마주치면 인사부터 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인사를 안 하면 오히려 '뉘 집 아이지?' 하고 배우지 못한 애처럼 여겨졌죠. 지금은 아무리 동네라 해도 인사 없이 지내는 게 예사입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먼저 인사하자는 아파트 방송이 나옵니다. 쭈뼛쭈뼛 목례를 하거나 목소리를 작게 내어 대충 인사하는 내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냥 아이처럼 시원하게 "안녕하세요!" 하면 될 것을 말이에요. 나의 건강과 안녕을 바라듯, 당신도 건강하고 안녕하기를.
"안녕하세요!"
씩씩하게 말해도 부드럽게 말해도 뭔가 사람 사이 길을 활짝, 열어주는 참 듣기 좋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