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과연 제대로 보면서 살고 있을까? 굳이 보이지 않는 걸 보려고 애쓰지 않더라도, 눈에 보이는 것만이라도 제대로 보면서 살고 있을까? 다시 천재로 태어난 내가 판단컨대, 보이는걸 제대로 보는 사람도 적은 것 같다. 눈을 동그랗게 똑바로 뜨고 있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시선이 닿는 '무엇'을 명확하게 인지하는지를 의미하는 것이다. '보는 것'도 훈련되지 않으면, 그 위력을 깨닫지 못하며 살 수 있다.
위 사진을 보자. 제대로 보자. 식당에서 밥 먹으면서 살짝살짝 쳐다보는 TV 연속극을 보는 것처럼 보지 말자. 제대로 보자. 그러면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바람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불고 있구나. 여자가 들고 있는 천이 충분히 날리는 정도의 풍속이구나. 그림자를 보니까 해가 거의 중천에 떠 있구나.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시간은 대략 낮 10시부터 오후 3시 사이이지 않을까? 다리가 매우 길구나. 그래도 끝이 보인다. 이런 다리가 있는 장소는 휴양지가 많으니까 사진의 장소도 해외 휴양지일 수 있겠다. 수평선에 군데군데 점처럼 보이는 것은 무엇일까? 낚싯배, 작은 섬, 유람선 등이 있겠지. 오른쪽 끝에 덩그러니 산이 하나 있네. 정상에 패인 흔적이 있으니까 화산이었을 경우가 있겠네. 그 뒤에 산이 더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산만 우뚝 솟은걸 보니까 저쪽은 내륙이라기보다는 섬일 경우가 크겠구나. 사진을 보니까 날씨가 좋은 건 아닌데, 왜 사진을 남겼을까? 여자의 포즈로 볼 때, 연인 사이보다는 전문적으로 연출된 사진일 경우가 클 것 같다. 날씨가 안 좋아 보이는 이유는 카메라 렌즈 탓인가? 아니면 모델과 촬영기사 스케줄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이 날 찍어야 했을까?"
사진 하나를 제대로 보면서 자연스럽게 머리 속에 떠오른 생각을 적어봤다. 하나하나가 큰 의미 있는 생각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연습이고 훈련이다. 세상에 의미 있는 장면이 많다는 걸 배우는 방법이다. 그리고 나만의 예술적 안목을 기르는 훈련이다. 그리고 똑같은 걸 보고도 다른 관점을 가지는 연습이다.
먹고사는 문제만 중요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봐라'라는 충고가 통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제대로 봐야만 당신의 본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고 당신의 세상이 선하게 흘러간다. 경찰이 수사할 때 제대로 봐야 당신이 범인이 아니라는 단서를 발견할 수 있고, 외과의사가 수술할 때 제대로 봐야 당신의 가족이 사고 없이 회복할 수 있다. 건물에 화재가 났을 때 소방관이 제대로 봐야 작은 침대 속 당신의 갓난아기를 구할 수 있고, 회사 경영 위기 속에 구조 조정할 때 경영자가 제대로 봐야 핵심인재인 당신을 회사 밖으로 버리지 않을 것이다.
당신 주위 사람들이 제대로 보지 않으면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이 숱하게 많다. 이와 같이, 당신이 제대로 보지 않아서 생기고 있는 문제들도 숱하지 많다. 당신만 모를 수 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보자. 보고 생각하라는 것이 아니라, 눈에 들어온 것들을 제대로 인지하자는 뜻이다. 그러라고 눈이 달려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