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했지만 기억이 안 나
나는 내가 너무나 겁쟁이인 줄로만 알았어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나 봐요.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 보다 더 겁쟁이 같거든요.
어떤 일이 주어지면 저는 최대한 잘 끝내고 싶은 마음에 그것에 온 힘을 쏟는데, 마지막이 되면 왜 그렇게 밖에 일을 하지 못했는가에 대해 자책하곤 했습니다. 다른 이들은 나보다 더 수월하게 잘하는 것 같은데 나만 허둥지둥 어찌어찌 해결하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해결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나의 과정이 순탄하지 않아서 내가 바보처럼 느껴졌었어요. 생각해보면 처음 하는 일에는 모두가 서툴고 어리석을 때도 있는 건데, 저는 스스로에 대한 잣대가 심했다는 것을 느껴요.
그 보다 더 잘할 수는 없었어요. 그때의 내가 최선을 다해 내린 결정들이 모인 것들이기 때문이죠.
요즘엔 그때의 일과 비슷한 문제들이 따갑게 밀려오는 중입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그땐 어떻게 했었지 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그때의 내가 참 용감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또 다시 눈 앞에 닥친 일들을 하나씩 해결해야 할 거예요. 수법은 없고 다만 하는 것뿐. 그것이 내가 용감하게 덜덜 떨면서 일을 해결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몇 년 후엔 지금의 내가 참 기특해 보일 거예요. 아마 굉장히 씩씩하고 용감해 보일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