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미워하던 중에 선인장이 말을 걸어왔다
제가 키우는 선인장의 이름은 토끼입니다. 겉모습이 마치 토끼처럼 생겨서 붙인 이름이에요. 요즘엔 이 토끼가 자라는 걸 보면서 산답니다.
얼마 전에 물을 주는 날이어서 이 친구를 잠시 만졌다가 온갖 가시가 제 손에 달라붙은 적이 있습니다.
아프진 않았는데 선인장의 가시가 뽑혔다는 것과 이 친구의 한쪽 피부가 휑 하니 비었을 걸 생각하니 놀란 마음에 어쩌나 싶더라고요. 다행히 티가 날 정도로 가시가 뽑힌 건 아니어서 다행이었어요. 그러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사람의 마음이 떠올랐죠.
대개 우리는 미움을 가시로 표현하곤 하잖아요. 그것은 누군가로부터 나를 방어하기 위함일 수도, 도리어 상대를 공격하기 위함일 수도 있죠.
목적이 어찌 되었든 누군가에게 가시를 쏜다면 남는 것은 가시가 뽑힌 자리라는 것.
저도 수없이 사람들을 미워했고 여전히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결말이 난 일들은 언제나 공허함으로 다가오더라고요. 그 사람을 미워하기 위해 가시를 피워 낸 나는 나의 모든 노력을 그곳에 퍼붓기도 했으니까요.
그 가시로 상대방을 쏠 수는 있으나 가시가 남기고 간 자리 또한 나의 몫이라는 것을 몰랐어요. 그게 참 공허하더라고요. 내 삶의 목적이 누군가를 미워하는 게 되어버려서 그 일이 아니면 나는 살 이유가 없는 것처럼 살았으니, 가시가 사라졌을 때 나는 공허할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누군가를 미워하면 할수록 나는 공허해지고 그 공허는 또 다른 공허를 낳고 나는 허탈한 마음만 안고 살게 될 거예요.
그러나 사람이 영원히 사람을 미워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대신, 자신의 체력을 그 일에 갈아 넣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미워하기는 힘들지만, 미움을 사는 사람은 수도 없이 많을 테고 나는 딱 한 사람이므로 나를 잘 아껴두는 것이 좋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