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하나 정도는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고파
내가 나를 책임진다는 건 어떤 무게일까.
돌의 무게만큼, 바다의 무게만큼, 아니면 지구의 무게만큼 무거운 일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나는 내 삶을 가볍게 보고 있었던 걸까. 나이를 먹고 몸이 자랄수록 내게 달라붙는 책임은 점차 묵직해지는데, 어찌 나는 이 몸속에 살면서 그에 걸맞은 책임을 지지 않는 순간들을 살아가는 걸까.
내 몸무게만큼만 나를 걱정하고 나를 돌보면 된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착각이었다.
다시 말할까. 그건 내 착각이자 진창에 빠진 것만큼이나 절망적인 실수였어.
나는 내일의 일도 장담할 수 없고, 당장 오늘 밤의 일도 단언할 수 없다. 나는 그런 존재다. 인간은 그런 존재인 것이다. 이 세계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
너무나 작은 내가 그 속에서 바라는 것은 하나, 나를 맡길 곳을 찾는 것.
그곳이 바로 내가 되는 것. 이윽고 내가 나를 장담하고 책임질 수 있는 안온한 장소가 되는 것.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는 부족하다. 생각에 열을 가해 행동의 연료가 되면 적어도 내가 나의 안녕을 물을 수는 있을 테지. 내 몸 하나 건질 수 있을 만큼 운동을 하고 땀을 흘리고 마음의 묵은 때를 박박 벗겨내면 나를 껴안을 수 있는 건강한 나 정도는 되겠지. 아무것도 믿을 수 없는 이 세상에서 나만큼은 나에게 믿음직한 안식처가 되겠지. 나는 아주 작은 것들을 바라면서도 이런 거대한 꿈을 꿔.
내가 나를 키우고 그렇게 자란 내가 힘을 다 써버린 나를 다시 키우면 꽤 오랫동안 나는 나를 성장시킬 수 있겠지.
내가 나의 재생에너지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내 힘으로 내가 나를 먹여 살리는 건, 그 누구도 갈취할 수 없는 기쁨이자 고통이다. 내가 내 살과 뼈를 아주 느리게 키워나가면 언젠가 나는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있겠지. 그곳에서 웃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더할 것 없는 이상향 아니겠어.
내가 내 몸무게만큼이라도 안고 갈 수 있다면, 지구는 좀 더 가벼워지지 않을까.
세계가 가벼워지고 이 땅이 가벼워지면 개인의 무게도 가벼워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