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밤의 일기

취-, 김 빠진 사이다 같은 계절

by 생강






여름이 정말 싫다.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이 더위를 더욱 싫어하는 게 당연한 계절이 오고야 말았다. 언제까지고 선선한 날이 이어질 거라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예상보다 빠른 더위에 기력을 잃은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나는 밤을 기다렸다.

여름은 싫지만 여름밤은 즐거웠다. 사람들의 말소리나 아이들의 웃음소리, 오토바이가 급하게 달려가는 소리, 온 군 데서 전기 모기채로 날벌레를 잡는 소리가 선명하지만 나른하게 들려오는 시간을 고대했다.

그때가 되면 하늘은 마치 푸른색과 붉은색이 깍지를 끼듯 얽혀서, 이윽고 여름이 좋아질 정도로 더위를 잊을 정도로 아름답게 변했으니까.


여름의 낮은 시끄럽고 따갑다는 사실을 아는가.

차가운 사이다를 한 모금 삼키면 탄산이 기도 안에서 발광하는 그 느낌을, 나는 사람에게서 느끼기도 한다.


때로는 김 빠진 사이다가 먹기 편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시끄러운 것들이 가깝게 붙어올 때 도망갈 구멍이 없으므로 나는 그것을 내 목구멍에 집어넣고 삼키는 거다. 하루를 살아내면 밤이 오고 나는 낮보다 밤이 좋으니까 아무래도 여름밤을 더 기다리는 사람이 되고 만 것이다.


너무 바짝 다가오는 소음은 나를 불편하게 한다. 억지로 삼키는 사이다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타인이나 나나 매년 잊어버리고 만다.


매년 잊고도 견딜 방도를 찾지 못해 그저 잊은 채로 삶을 견디는 삶을 산다.


가깝게 다가오는 불편들을 능숙하게 다루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다치지 않을 정도로 그것을 쳐내는 방법이 있긴 한 것인가, 생각한다.


그래서 여름밤이 좋다.

사 계절 중에 가장 싫은 여름이므로 그것을 견디면 따라오는 보상이 꽤 푸짐하다. 여름밤의 소음이 바람을 타고 일렁일 때, 모든 순간이 완벽하다고 느낀다. 노란빛에서 붉은빛으로 변하는 하늘을 목격하는 기분은 나만 아는 보석함을 열어 보는 경험과 비슷하다.


좋은 것을 위해 살고 싶었는데, 하루를 견디고 찾아오는 밤의 고요한 소음이 그것이라면 나는 나의 그늘을 찾은 게 아닐까. 사람을 만나서 어지러움을 느낄 때면 저녁 하늘을 생각하고 여름밤의 공기를 생각하면 나만의 그늘에 숨을 수 있지 않을까.


시끄러운 한낮과 가끔 울리는 소음이 거슬리지 않는 밤이 차례대로 찾아오는 계절에, 저 멀리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에 흩어지는 구름을 바라보며.


언젠간 삶 전체가 나의 안식처가 되기를 소망하며. 나의 그늘이 확장되는 그날을 기약하며.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를 맡길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