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더 행복했을까
과거에 그랬다면 지금은 어땠을까.
종종 생각하곤 한다. 현재에 마음이 없고 후회만 가득해서 과거를 들춰보고 명예나 돈 같은 것들을 현실의 나에게 끼워 맞춰보고 만족해하고. 그러다 현실로 돌아오면 다시 어두컴컴한 마음이 된다. 간극이 생긴다. 과거에 그랬더라면 잘 되었을 나와 아무것도 얻지 못한 지금의 나. 그들의 틈이 점점 벌어지고 난 그곳에 압도적으로 빨려 들어간다.
과거와 현재의 간극 사이에 놓인 내 기분은 그야말로 검고 축축하다. 이랬더라면 저랬더라면 하는 말들은 현실의 내가 현실의 나를 병들게 하는 말인데도, 나는 그것을 모른다. 어느 날은 과거에 현명한 선택을 했을 수도 있는 내가 지금의 나를 비웃으며 나를 갉아먹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날에, 그러니까 거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나는 내 망상에 사로잡혀 괴로워했다. 자책을 하고 후회를 하고 지나간 사람들의 일상을 궁금해하며 자꾸만 움츠러들었다.
사람은 생각만으로도 몸부림치기도 한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나는 알고 있었다. 과거를 뒤집어보는 일말의 상상들은 지금의 내게 영양가 없는 일들과 같다는 것을. 그러므로 나는 지금의 일들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것을.
안다고 해서 그게 생각이 안 나나. 나지. 그래도 살아보려고 버둥거리는데 지금 내가 압도적으로 별로인 것을 어쩌면 좋나. 이렇게나 마음이 망가진 것을 어떡하면 좋을까. 나는 자책하지 않던 날들로, 그러니까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았던 이전의 날들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때 내가 잘 되었다면 지금의 나도 괜찮은 사람이었을까?
생각해보면 지금과 다른 길을 가는 그때의 나도 언젠가 넘어지고 울고 힘겨워하다가 다시 살아가려고 했을 것 같다. 긴 세월 축적해온 나의 정보에 따르면, 나는 언제나 행복에 취해 뛰어다니다가 금세 발목이 부러져 넘어지고 마는 사람이다. 그러다 언제고 다시 일어나서 침착한 발걸음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다. 그러다 행복을 맞이하면 또다시 행복해한다. 그때의 나, 지금의 나 모두 그런 굴곡을 거쳐 산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삶도 비슷하겠지. 결국 우리는 같은 것이다. 서로의 성공이 시기와 환경에 따라 다른 모양으로 나타나는 것이지, 나만 검고 축축한 마음이 아닌 것이다. 아마 그 애도 내가 모르는 새에 힘들기도 했겠지.
그러니 살자. 과거를 톺아보고 괴로워해도 좋으니 지금을 살자. 살다 보면, 그러니까 지금의 것을 하다 보면 길이 보이지 않겠는가. 과거의 나도 지금의 내가 이렇게 사는 것을 원치 않을 테니까.
같이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