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짐

서로 지탱하며 살자

by 생강




어디선가 툭, 하는 소리가 들렸고 고개를 돌려보니 책장의 책이 하나 둘 쓰러지고 있었습니다. 스무 권 남짓한 책들은 이내 빈 공간에 이끌리 듯 모두 쓰러져버렸고 솔직히 말하자면 한숨이 나왔습니다. 다시 세우기 귀찮았거든요. 그래도 잘 세워두려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책을 한 권 한 권 세우다가 서로 지탱할 것이 없어 쓰러진 책들이 언젠가의 내 모습 같더라고요. 홀로 서 있을 수 있다고 다짐했는데 홀로 서 있을 수 없을 때가 종종 있더군요.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라는 걸 깊이 깨닫기도 했고, 나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많이 낮아진 상태였어요. 저에게 어른이란, 혼자서도 잘 서 있을 수 있는 사람이었거든요. 그런 류의 인간 집단에 속하고 싶었고 누가 봐도 잘 사는 사람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홀로 할 수 있는 일이 존재하는 만큼 홀로 할 수 없는 일들도 있더군요.


그럴 때마다 기댈 곳이 없어 더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내가 미웠고, 다시 일어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혼자를 부정하는 게 아니에요. 여럿이서 함께할 때도 있다는 것을 깨달은 거죠. 바닥을 짚고 일어났으므로 이젠 괜찮다고 생각해도, 아무래도 나를 지탱해 주고 내가 누군가에게 지탱할만한 사람이 되는 게 더 나은 삶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결국 어른이란 이런 사람이었던 거예요. 깨닫고 나아가는 사람. 틀에 박혀 나를 좀먹는 사람이 아닌, 느리더라도 한 발자국 나아가는 사람.


무너지는 우리를 지탱해줄 수 있는 그건, 사람일 수도 취미일 수도 있어요. 무너져도 덜 아프게 무너질 수 있는 방법이 될 거예요. 일상이 무너지지 않게 잡아주는 것. 책이나 영화, 그림이나 대화, 맛있는 것이나 따뜻한 커피, 웃을만한 이야기나 좋은 노래 같은 것일지도 몰라요.


그리고 그 방어막은 타인이 아닌 나 스스로가 될 수도 있겠죠. 내가 나를 지탱해 주고 내가 나에게 지탱하는, 나와의 단단한 약속같이 말이에요.


무너진 책들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언젠가 나도 무너지면 나의 옆에서 누군가가 나를 일으켜주고 나도 그들을 일으켜 줄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어른이 되는 중이라고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