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이 따뜻한 게 내 유일한 자랑이었는데, 올겨울은 그마저도 안 통한다.
집에서 양말을 두 겹씩 신는다. 캐릭터가 그려진 하늘색 양말과 오래된 수면 양말을 겹쳐 신는다. 한 켤레보다 더 따뜻하고 푹신하다.
불편한 점은 겉에 신은 수면 양말이 자주 돌아가는 것. 집에서 잘 돌아다닌 것도 아닌데 발등에 발꿈치 부분이 까꿍, 하고 올라와 있다. 신경 쓰이고 불편해서 겉 양말을 잘 돌려 신었다. 돌아가면 돌려 신고, 그게 몇 번이나 반복되었다.
그냥 양말을 다 벗어 보자.
그런 생각이 들어서 겉 양말을 벗고 속 양말을 보는데, 먼저 신었던 하늘색 양말이 아주 삐뚤어져 있었다. 뒤꿈치는 발등 언저리에, 캐릭터는 발바닥에,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꼴이었다.
어쩌면 삐뚤어진 속이 겉모습을 아주 괴롭혔던 걸지도 모르겠다. 미운 마음이 새어 나오고 괴로움이 티가 나고 아닌 척 해도 그것은 척에 불과하므로 결국 속의 상태가 표정과 행동과 분위기를 결정하는 것이다.
속은 중요하다. 보이지 않아도 중요하다. 보이지 않으므로 더 중요하게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싶지 않은 것 또는 보면 안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외면해봐도 그것은 거기에 있다. 외면이 삭제는 아니니까. 겉이 이상하다면 꼭 속을 들여다보자. 이상한 지점은 거기서 시작되니까.
오늘은 속 양말을 똑바로 신고 겉 양말을 신었다. 내일도 그럴 것이다. 모두의 양말이 언제나 얌전하게 제자리를 지키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