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눈 쌓인 지붕이 보였다. 해가 뜨고 눈이 녹자 길 위에 물웅덩이가 생겼다. 비처럼 물이 뚝뚝 떨어졌다. 웅덩이는 점점 깊어지고 해는 눈을 녹였다.
우울함을 물이나 비에 빗대어 말한 적이 있다. 사나운 감정이 비처럼 쏟아지고, 물웅덩이에 잠겨 빠져나올 수 없는 지옥 같은 감정이라고. 어디서 내리는지 알 수 없는 감정의 비가 자꾸 날 삼킨다고 말이다.
녹아내리는 눈을 보고, 내 머리 위에 쌓인 눈이 햇살에 녹아내리는 것이라 생각해 봤다. 함박눈처럼 고민들이 머리 위로 쌓이면 마음에 찬 기운이 돌아 꽝꽝 얼어버리고, 추운 날을 참고 참다가 발밑에 웅덩이가 생기고, 고개를 들지 않아서 햇살이 나오는 줄도 모르고. 생각의 웅덩이에 발이 잠기면 고개를 들어 햇살이 눈을 녹여 그런 것이라고 생각해 보려 한다.
어떻게든 웅덩이의 시기를 영리하게 보내려는 나의 작은 상상. 가끔은 눈도 오고 해가 떠서 비도 오고 그러는 거지. 언젠간 ‘그런 날도 있었어.’라며 웃고 떠들 거라고 다짐하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