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 그 이후
널 미워하려면 너를 하나하나 뜯어봐야 했고, 너를 세세하게 알 수밖에 없었지. 미워하는 것에도 힘이 들어갔던 거야.
나는 참 열심히 미워했어. 사람이든 물건이든 온 힘을 다해 화를 냈지. 미움이 활활 타올라. 장작을 쑤셔 넣는 것처럼 내 시간과 마음을 넣고 태웠지. 결국 난 나를 태워 무언가를 미워했던 거야.
큰 미움도 언젠가 재가 돼. 다 타고 재만 남는 거지. 내 시간과 마음이 타고 남은 찌꺼기. 아무리 치워도 사라지지 않는 잔여물. 머리고 손이고 옷이고 다 시커먼 재가 묻어. 닦이지도 않아. 널 미워하고 남은 마음이 이렇게 끈질기다.
이윽고 깨달았지. 남은 마음도 내 몫이라는 걸.
그을린 마음을 앞에 두고, 미움으로 얻은 게 공허함뿐이라 나는 더 공허했어. 지워질 마음이었다면 처음부터 내게 오지 않았겠지. 체념하다가도 후회하고 후회하다가도 체념하느라 마음이 쓰라려. 어쩌다 난 너를 알게 됐을까. 몰랐다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까.
미워하고 재만 남은 마음도 다 내가 해결해야 해서. 넌 내가 널 미워한지도 몰라서. 그게 날 슬프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