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못한 말들의 모임
하고 싶은 말이 있었고, 나는 하지 못했다. 거절하고 싶던 마음과 물어보고 싶던 마음을 모으면 수북하게 쌓일 것 같다. 나는 평화를 위해 자주 거짓을 말했고 내면의 안정을 잃었다.
거절을 해도 평화로운 관계는 분명 있었을 것이다. 다만 나는 나의 거절이 싸움의 시작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무언가를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두렵다. 나의 아픔이 너의 아픔보다 가벼워지는 게 싫고 힘겹게 꺼낸 진심이 비웃음이 되는 게 싫다. 그럴 것이라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그런 말들은 괄호 속에 산다. 내뱉은 말과 다른 분위기의 진심들은 내 속에서 영원히 산다. 그것들이 모여 괄호의 무덤이 된다. 하지 못한 말들의 모임, 바깥에 오랫동안 나가지 못해 썩은 나의 진심, 길 잃은 단어들.
밤이 되면 괄호 속 말들을 끌어안고 쓰다듬는다. 터질 것 같은 마음으로 차가워진 말들 사이를 쏘다니다 결국 자리를 잡고 눕는다.
오늘도 말하지 못한 말이 있다.
진심을 거절당하기 전에 나는 평화롭고 착한 사람처럼 말했다.
솔직하지 못했고 비겁했다.
거절과 무시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게 나를 슬프고 너덜너덜하게 만든다.
나의 존재가 괄호가 되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