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 긴 글 #22 - 선우정아를 사랑해

동거, 마음이 따끈해지는 노래

by 생강

22.


선우정아의 신곡을 매일 듣는다. ‘동거’, 노란빛이 창문에 스며드는 따뜻하고 부스스한 노래. 노래가 발표되는 당일, 설레는 마음으로 음원을 기다렸다. 기다린 만큼 좋았고 기다린 것보다 더 좋았다. 노래를 듣는 내 현실은 이미 해가 져서 밤이 되었는데 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내 마음은 창가에 햇살이 쏟아지듯 부드럽고 화사해졌다.


누군가와 산다면 어떤 사람이면 좋겠어?


그런 질문을 들은 적이 있다. 어릴 때부터 결혼이라든가 동거 같은 가족의 형태를 깊게 고민한 적이 없었다. 나는 지금도 혼자이지만 꽤 오래 혼자이지 않을까, 누군가와 연인의 상태로 지내는 게 어색하고 혼자가 좋으니 결국 나는 혼자 살지 않을까. 그렇게만 생각했다. 그래서 질문을 듣고 한참을 생각했던 것 같다. 어떤 사람이 나를 견뎌 내줄까, 나는 어떤 사람을 견딜 수 있을까. 나는 씩씩하고 다정한 사람이 좋아. 아무래도 같이 살려면 그게 좋겠어. 청소도 빨래도 같이 부지런하게 해치울 수 있는 사람. 나랑 동네 한 바퀴를 같이 걸을 수 있는 사람.


뮤직비디오를 한참 들여다봤다. 여자와 남자가 잔잔하고 따뜻한 일상을 보내는 아주 단조로운 영상이었다. 단조롭지만 행복해 보였다. 서로에게 집중하는 모습이 참 건강해 보였다. 그래, 사람과의 관계는 저렇게 되어야지. 저 둘의 관계가 참 씩씩하고 다정해 보인다. 좋다.


“있잖아, 난 너를, 여전히 사랑해.”


언제는 도망가자더니. 그의 대표곡 ‘도망가자’를 깊게 사랑한 사람으로서 우스갯소리로 중얼거린 한 마디였다. 혼자인 상태를 매우 사랑하는 나에게 사랑의 상태를 들려주는 그의 곡이 꽤 아름다워서 발매가 된 지 몇 주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난 반복 재생을 해제하지 못했다.


도망가자고 한 것도 좋지만 누군가와 행복하게 일상을 보내는 그의 상태를 사랑하기로 했다. 나는 누구와도 사랑하지 않고 동거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선우정아의 노래를 들으면 내 옆에 누군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내가 그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 누군가도 매우 다정하게 구는 것처럼, 그런 다정에 내가 한없이 넘어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노래는 내 현실을 잠시 다른 세상으로 바꿔준다.


아침과 저녁은 가사가 붙은 ‘동거’를 듣고, 자기 전과 잘 때에는 가사가 붙지 않은 ‘동거’를 듣는다. 내 귀에 누군가 같이 살자고, 여전히 사랑한다고, 너의 맨발을 보고 벅차오른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가사를 중얼거리면 이불속 온도가 1도 정도 올라가는 것 같다.


따스하고 씩씩한 노래를 사랑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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