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저녁의 기분

허무하다

by 생강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책상 위에 흘러내리듯 엎드렸다. 차가운 기운이 올라왔다. 그 위에서 오랫동안 질척거렸다. 지친 상태에서 눈동자를 굴리다가 순간 허무하다는 단어를 봤다.


허무해. 그 단어를 읊자마자 묽은 질감으로 존재하던 기분이 명료해졌다. 나는 허무해지는 게 싫어서 꽤 열심히 노력했는데 결국 그것은 허무해지는 지름길이었구나. 사람은 사람을 허무하게 만드는구나. 허무해서 쓸쓸하고 쓸쓸해서 배가 고프고 배고파서 허름하고 허름해서 어지럽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이어졌다.


모두 같은 기분이었지.

허무하고 외롭고 배고프고 보고 싶고 허름하고 쓸쓸하고 초라하고 대충 우스운 마음은 모두 같은 뿌리였지.

엉켜있지만 결국 하나의 마음에서 자라난 거지.

사랑받고 싶다. 미움받을 자신이 없다. 갈등이 죽도록 싫다. 평화롭게 살고 싶다. 좋은 말만 하고 좋은 말만 먹고 싶다.

나는 피곤해졌다.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일, 그것은 분명 사람의 일인데 사람의 몸과 마음으로 견디기엔 너무 강력하고 숨 막히는 일이었다.


충혈된 마음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