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고 식씩 하게
몇 년 전 런던의 한 공원에서 청설모에게 땅콩을 쥐여주고 그것을 구경한 적이 있다. 재빠르게 다가와서 땅콩을 손에 쥐고 꼬리로 작게 포물선을 그리며 뛰어가더니 땅속에 먹이를 숨겼다. 식량을 보관하는구나, 생각했고 시간이 날 때마다 공원으로 가서 땅콩을 나눠주었다.
그거 알아?
청설모는 먹이를 숨긴 곳을 잊어버린대.
그 말을 듣고 무척 슬펐다. 뒤돌아서면 먹이를 숨긴 위치를 잊어서 다시 먹이를 찾으러 간대. 슬프다. 슬픈데 너무 씩씩해 보여서 감동이다. 그런 생각을 했다.
실패할지도 몰라. 결과가 아주 별로일 수도 있지. 그렇지만 목적을 잊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거네.
청설모는 정말 귀엽고 대단하구나.
사람보다 낫네.
혹시 알아. 나중에 먹이를 숨기려다가 자신이 예전에 숨긴 먹이를 찾게 될지. 그게 싹이 나고 무럭무럭 자라서 언젠가 청설모에게 도움이 될지.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덜 슬퍼졌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초심을 잃지 않고 목적을 잊지 않고 귀엽고 당당하게 달려드는 청설모. 그런 청설모처럼 씩씩하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