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열등감 1일분이요
39.
아무리 봐도 망했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망한 것뿐이라 도망친 곳도 망하는 중이야. 외로워서 이불속으로 투신하면 아침은 무심하게 떠오르고 나는 가라앉아.
마음에도 뼈가 있을까. 견고할까, 말랑할까. 어느 쪽이 더 나을까. 내 선택을 원망하지 않을 마음이 필요한데 그것을 받쳐 줄 뼈가 있을까. 무너지는 마음을 부축할 뼈가 있다면 그건 언제까지고 으스러지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마음이 자꾸 흩어져. 부유하는 마음을 모아서 뭉쳐보니 그림자가 됐어. 밝은 곳에선 썩은 그림자가 되고 어두운 곳에선 허무가 되지.
달려오는 너와 부딪히면 나는 부서지고 말 거야. 너는 금 하나 가지 않은 몸으로 내게 손 내밀 거고 나는 네 손을 우걱우걱 씹어 삼키고 싶겠지. 밝은 곳에선 그림자가 더 명료하지. 어두워지면 나는 나의 인질이 된다. 나는 네가 부럽고 내 앞에서 사라지길 바라고 그런 네가 더 잘 될 거 같아서 토하고 싶고 너의 사색이 내 주변을 침범하지 않길 바라고 아무리 봐도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을 미워하는 중이라 죽고 싶고 매번 아침이 나를 건져 올리면 멀미가 나. 어제를 뒤틀면 손바닥에 경멸의 자국이 남지. 햇빛이 말리지 못하는 습한 흠집이 남지.
널 미워하는 데 시간을 쓰니 마음의 뼈가 자꾸 삭아버린 것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