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정말 모든 걸 이길까?
38.
사랑이 모든 걸 이겨.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사랑이 어떻게 모든 걸 이겨, 사랑 때문에 실패하는 것이면 몰라도. 나는 진정한 사랑을 느끼지 못해서 저 말 또한 믿지 못하는 걸까. 진정한 사랑은 뭘까. 그런 생각을 오랫동안 했던 것 같다.
어느 날은, 어제의 내가 저지른 일을 오늘의 내가 해결해야 했고 순간 누군가에게 이 마음을 털어놓고 함께 방법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로 그런 마음이 피어나는 순간은 내가 무지 괴로워하거나 힘겨워서 하루를 버틸 힘이 없을 때인데, 마음을 나눌 대상은 랜덤이다. 눈앞에 보이면 달려들게 된다. 그날은 집에 있던 언니가 당첨되었다.
이게 잘하는 건지 모르겠어. 일단 시작은 했는데 마음대로 안 되면 어떡하지.
언니는 지금을 믿으라고 했다. 이제까지 해 온 일을 믿으라고, 결국 내가 여기까지 온 것은 나의 노력과 능력 덕분이라고. 듣고 싶던 말을 들었다. 나는 내가 가야 할 길을 알고 있었으나 길이 너무 아득해 보여서 주저하고 있었고 때마침 눈앞에 걸어가던 타인을 붙잡은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내게 진심으로 대답을 해 주었고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내게 조금씩 흘려보냈다. 다정을 갈구하던 나는 그 마음을 덥석 집어삼켰다. 정신이 건강해지고 있었다.
때로는 사랑이 별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를 다정하게 대하는 것, 커피를 손에 쥐어주는 것, 짧지만 진하게 안아주는 것, 덤덤하지만 힘겹게 말한 고민을 끝까지 들어주는 것, 그것들이 사랑의 모양을 하고 내 감각을 울리면 그건 사랑이겠지. 사랑이 뭐 별거냐, 마음이 울리면 그게 사랑이지.
나를 짓이기는 일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쏟아지지만 타인의 애정 한 줌이면 그 일들 앞에서 의연하게 움직일 수 있을 것 같다. 두려움은 언제나 현실 앞에서 물거품이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사랑이 내게 흘러 들어오면 풍만해진 마음을 굴려 몇 걸음 나아가야지. 사랑이 날 먹여 살리는 것처럼. 사랑을 연료로 쓰는 아주 작고 튼튼한 자동차처럼. 그렇게 살아야지.
무슨 일을 하든, 나 여기 있어. 네 옆에 내가 있을게.
이 말을 들으면 미친 것처럼 외치고 싶다.
아, 사랑은 정말 모든 걸 이겨.